정년을 65세로 올릴지, 67세로 갈지 논의는 반복되는데 정작 노동시장은 그 논쟁에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 유지가 어렵고, 은퇴 후 연금 수령까지 이어지는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고령층이 일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굳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2025 고령자 부가조사'에 따르면 주된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였다. 법적 정년보다 7년 이상 빠르다. 반면 국민연금은 1961~64년생 기준 63세, 1969년생 이후부터는 65세에 수급이 시작되면서 최소 10년의 소득 공백이 생긴다. 이 구간이 그대로 남는 한 정년 논쟁은 현실을 따라잡기 어렵다.
법적 정년은 60세지만 실제 노동시장에서 안정적 일자리는 50대 초반부터 빠르게 줄어든다. 기업 구조조정과 임금체계 조정이 겹치는 구간이 이 시기이고,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시점 역시 이 구간에 집중된다.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옮겨도 현장의 노동 흐름은 그 숫자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다.
통계청 조사에서 고령층이 계속 일하려는 이유는 '생활비 마련'(54.4%)이 가장 많았다. 희망 근로 연령이 평균 73.4세로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을 지속하려는 게 선택이 아니라 생계 유지의 수단이 된 모습이다.
국민연금공단 '2024 연금통계연보'에 따르면 노령연금 평균 수령액은 66만원이다. 같은 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1인 최저생계비 13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연금만으로는 생활 자체가 어렵고, 연금 수급 전에는 사실상 소득 대안이 없어 노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의 고령층 노동은 '선택적 연장'이 아니라 '필수적 유지'로 해석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연구원 오유진 주임연구원이 29일 공개한 '국민연금과 고령자 노동 공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3%로 초고령사회에 들어섰고, 고령층 고용률은 37.3%(2023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OECD 평균 13.6%, 일본 25.3%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높은 고용률은 장점이 아니라 고령층 생계 압박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조사에서도 고령층이 일을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가 생활비 때문이라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연금연구원도 보고서에서 "노후 소득 기반이 약한 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고용 패턴"이라고 밝히며 한국의 고용률을 '구조적 취약성'과 연결지었다.
퇴직은 빠르고, 연금은 늦고, 연금액은 부족한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고령층 노동은 연금 수급 전·후 모두 이어지고 있다. 이 상태에서는 정년 연장을 통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숫자만 바뀌고 실제 노동의 흐름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중심을 '정년'이 아닌 '중간 끊김'이라 진단했다. 50대 초반 이후의 급격한 고용 이탈을 늦추고, 연금 개시 전의 소득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의 고령층은 앞으로도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 전에 밀려난 뒤 다시 일터로 돌아오는' 구조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년 조정보다 공백을 메우는 것이 먼저'라는 결론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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