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유가에 얼마나 내성을 갖고 있을까. 수입 원유의 도입 방식이나 장단기 계약 물량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가 유가 급등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국내 수입 원유 중 1년 이상 계약하는 물량은 전체의 60%가량이다. 그런데 이 장기 물량의 도입 가격 산정 방식은 통상 두 가지다. 도입 당시 가격과 전달 가격의 평균 가격으로 들여오거나, 아니면 전월 평균 가격으로 수입한다. 사실상 가격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은 구매자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장기 계약이라고 해도 지금과 같은 유가 고공 행진 국면에서는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고유가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대(對)미 무역흑자 축소를 위해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늘린 것도 국내 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때 10%에도 못 미쳤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 1월 1508만 배럴로 전체의 16%를 차지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일(현지 시간) 한때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하며 두바이산 원유 대비 배럴당 10달러가량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ℓ당 휘발유 가격은 연초 1688원이었지만 이달 6일에는 1881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금과 같은 유가 상승 추세라면 조만간 ℓ당 휘발유 가격이 2000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1월 국내 원유 재고량은 4439만 배럴(석유공사 기준)로 17.3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1월 원유 수입량이 9479만 배럴로 최근 2년 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회복 등으로 그만큼 원유 수요가 늘어나 재고가 넉넉하지 않다. 실제 1월 휘발유·경유 등 국내 원유 기반 제품 수요는 8742만 배럴로 1년 전(7575만 배럴) 대비 15% 이상 늘었다. 특히 2월 원유 가격이 전월 대비 10% 이상 높아졌음에도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1월(75억 달러)보다 낮은 69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해 현재 국내 원유 재고분은 더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