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가속화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ESG 인재 모시기에 적극 나섰다. 한화·SK· LG·GS 등 주요 대기업은 업종을 불문하고 대규모 경력 직원 채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착 ESG 전문가를 찾기 힘들어 기업 간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최근 ‘기후변화대응’이라는 이름의 모집 분야를 개설하고 경력 직원 채용에 들어갔다. 온실가스 규제 대응 및 운영 경력이나 국내외 환경 규제 모니터링 경력이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입사 후에는 탄소 중립을 포함한 기후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일을 담당하며 국내외 ESG 이슈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우는 업무도 맡는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회사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환경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인력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기후변화대응 인력의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이 이달 초 발표한 ‘2050 탄소 중립’에 따르면 회사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확보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활용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목표다. 현재 1% 미만인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비중은 2030년 21%, 2040년 37%, 2050년 100%로 늘릴 계획이다.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하는 만큼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ESG가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도 해당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 기존에는 사업장별로 직원들의 환경과 안전을 담당할 사람을 주로 모집했다면 이제는 ESG 업무를 전담하는 별도의 조직을 구성해 탄소 중립, 환경 법규 준수 등 사회적 차원의 책임을 강화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공개 채용에서 배터리 사업기획 분야에 ‘ESG 담당’을 세부 모집 직무로 두었고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글로벌 안전환경센터’를 신설하고 안전환경 인력만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한다고 밝혔다. LG화학도 ESG 전략 기획 담당자를 채용 중이며 GS칼텍스에서도 ‘ESG 신사업’ 경력 사원을 모집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ESG 열풍이 기업의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 전담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3.8%가 ‘이미 마련했다’, 29.7%가 ‘마련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송재형 전경련 ESG 태스크포스(TF) 팀장은 “기업들이 작성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만 해도 전문적으로 작성할 인력이 필요한 데다 해외 투자를 유치할 때 글로벌 평가기관에서 받은 ESG 성적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며 “글로벌 기준에 맞는 ESG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관련 조직과 인력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국내에 ESG 열풍이 불어닥친 지 오래되지 않아 이에 대한 충분한 경력을 가진 인재를 찾는 것이 기업들로서는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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