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관계에 대해 “내가 친중이라는 것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일본을 떠나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있냐”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 대통령의 친중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 아닌가”라며 “천편일률적이지 않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외교의 근간은 한미동맹이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절연하고 살 수가 있느냐”며 “중국과 절연하지 않아서 제가 친중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의 친중은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러다가 저에 대해 친북·친러, 어쩌면 친공(친공산주의)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며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를 해서는 살 수 없는 나라”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대북 정책 의제에 대해선 “제한 없이 필요한 얘기는 다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니까 핵 문제든 북한 문제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관한 것은 대한민국 안보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그 얘기는 누가 하든지 아마 한 번쯤은 해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길을 한번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던 것처럼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활용해 북한 문제 진전을 꾀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2018년과 상황이 비슷해 보일 수는 있으나 객관적으로 전혀 비슷하지 않고 훨씬 나쁘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적대감도 매우 커졌고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개발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고, 주변국 관계도 많이 나빠졌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 협력의 필요성은 변함없다. 어쩌면 상황이 나빠진 만큼 그 필요성은 훨씬 더 커졌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게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는 우리 입장에 대해 총력을 다해 주변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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