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서울 강남 1채, 관악구 1채를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5년 후 누적 보유세가 보유한 집 한 채 값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종부세율 인상 등 여파로 보유세가 억 원 단위로 누적돼 수년 내 한 채를 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16일 서울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3㎡(공시가격 33억 9,500만 원)와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전용 59㎡(〃 5억 5,100만 원)를 보유한 2주택자의 보유세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재산세 1,296만 원, 종부세 1억 289만 원 등 총 1억 1,585만 원을 보유세로 내야 한다. 한 달에 965만 원꼴로 정부에 사실상 고가 월세를 내는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보유세 누적분은 1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9억 5,000만 원 수준인 봉천동 두산아파트의 집값을 뛰어넘는 셈이다. 10년 뒤인 2030년에는 누적 보유세가 무려 20억 원을 돌파한다. 현실화율 인상분 등을 최소한으로 감안해 공시가격이 연 5%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다.
미래 주택 시장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이는 단순한 예측이지만 고가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분명히 다가올 현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급격한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면서 2주택을 유지하는 경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해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증여세 및 취득세 부담도 상당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유세를 계속 내는 것보다 이익이라는 계산에서다. 위 사례에서도 봉천동 두산아파트를 독립한 무주택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증여세와 취득세는 각각 2억 370만 원, 6,800만여 원으로 합계 비용은 2억 7,200만 원 수준이다. 수억 원대 세금 부담 탓에 증여를 선택하기 쉽지 않지만 이 정도 액수라도 수년간 보유세 누적 부담을 감안하면 3년 정도 후에는 오히려 더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2주택을 공동 명의로 구입했던 부부들도 같은 이유로 지분을 증여해 각각 1주택으로 정리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실제로 증여 거래는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증여 거래는 지난해 전국 9만 1,866건, 서울 2만 3,675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9월까지도 각각 6만 3,054건, 1만 804건으로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세입자에게 전세 대신 월세를 받는 ‘전세의 월세화’ 및 월세 시세를 대폭 올리는 ‘조세 전가’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월세(반전세 포함)는 전월 대비 0.32% 올라 5월(0.07%)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확대되고 있다.
우 팀장은 “다주택을 유지한다면 늘어나는 보유세에 비해 지금 갖고 있는 주택들의 시장가치 추세가 어떻게 될지, 투자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증여세, 취득세 세율이 올랐는데도 증여가 늘고 있다는 것은 보유세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보유한 주택들을 계속 갖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