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다음 달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안 발표를 앞둔 가운데 금융 당국이 3년마다 카드사 원가를 따져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현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 카드 수수료가 이미 0%대로 떨어져 제도 유지의 실효성이 없는 데다 3년마다 소상공인과 카드사 노조 간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5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전체의 96%(약 263만 개)인 연매출 30억 원 이하의 가맹점이 정부에서 정해준 낮은 수준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나머지 상위 4%도 수수료율 상한선 적용을 받는다”며 “카드 결제망이 공공재도 아닌데 정부가 사실상 모든 수수료율을 정해주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가 조사한 결과 사실상 모든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해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수수료재산정제도로 3년마다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는 영세 가맹점 보호를 위해 수수료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카드 노조는 이날도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대정부 총력투쟁 선포식을 열고 카드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에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 8일 김종훈 당시 금융위 중소금융과장도 금융연구원 세미나에 참석해 “향후 적격 비용에 기초한 카드 수수료 재조정을 지속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됨에 따라 3년마다 카드사의 원가(적격 비용)를 분석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춰왔다. 적격 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위험관리·마케팅 비용, 일반 관리비 등을 토대로 산출된다. 3년마다 적격 비용 산출과 원포인트 개편 등으로 약 10년간 열세 차례나 수수료가 내려갔다. 금융위 조사 결과 2015년 평균 4%였던 가맹점 수수료율은 최근 2%대로 낮아져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크게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유지할 경우 3년 후에는 수수료가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금융위가 고심하는 대목이다. 적격 비용 산정 시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을 따진다. 앞으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금리가 올라 카드사의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날 확률이 높다. 이에 맞춰 카드 수수료도 올려야 할 텐데 정치적 휘발성이 높은 수수료 인상 카드를 꺼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다.
다만 이와 별도로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는 당정 협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유력한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수수료 개편안 발표 때 수수료재산정제도 개편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도 아직은 낮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수수료 인하에 대응해 비용을 줄여 이익을 남기면 정부가 또다시 수수료 인하를 압박한다”며 “현 제도는 수수료가 ‘제로’에 수렴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어떤 식으로든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가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결국 카드론 금리를 올려 대응하는 측면도 있다”며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급전이 필요해 카드론을 이용하는 서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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