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투기 사태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직 개편안이 8개월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개혁한다는 정부 고위 관료들의 엄포와는 달리 대선까지 맞물려 용두사미로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2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LH 혁신 방안 주요 추진 성과에 따르면 정부는 LH의 독점적·비핵심 기능 24개를 폐지·이관 또는 축소하고 이러한 기능 조정과 연계해 정원 1,064명을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폐지·이관·축소 기능 중심으로 838명, 2급 이상 상위직급과 지원 인력 226명이 대상이다.
다만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 조정은 없이 자연 퇴직이나 이직 등을 통해 현원을 줄여간다는 입장이다. 지역 반발을 의식해 인력 감축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신규 채용은 지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정밀 조직진단을 거쳐 지방조직 중심으로 약 1,000명 수준의 정원을 추가 감축할 방침이다.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총 직원 약 1만 명 중 2,000여 명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LH 수직 분리 등의 조직 개편 방안이다. 앞서 국토부는 주거 복지 기능을 모회사로, 토지·주택 개발 분야를 자회사로 하는 모자 구조의 수직 분리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국회와 LH 등의 반발로 최종 개편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조직을 바꾸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날 “그간 제기된 의견을 감안해 주거 복지 강화 등을 위한 최선의 형태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만 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공청회나 당정 협의, 국정감사 등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와서 좀 더 면밀히 검토해 최대한 빨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과연 더 이상 (LH라는) 기관이 필요한가에 대한 국민적 질타에 답해야 할 것이다. 해체 수준으로 LH를 바꾸겠다”고 강조하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강력하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혁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말뿐에 그쳤다. 대선까지 가까워져 사실상 현 정부에서는 물 건너 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LH 본사가 있는 진주 등 지역에서 조직 개편에 대한 반대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조직 개편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실무 인력들의 퇴사도 늘면서 정부의 주택 공급 업무 차질만 우려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이라는 로드맵부터 제시해야 하는데 임기가 얼마 남지 않고 선거가 있는 정치 일정들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투기 사태가 단순한 일탈이라기보다 과도한 기능·정보 집중 등 LH의 구조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능 조정 대상은 LH 설립 목적과 무관하거나 다른 기관과 기능이 중복되는 경우, 민간에서 수행 가능한 경우 등이다. 시설물 성능 인증(2021년 말), 안전영향평가(2021년 말), 미군기지 이전(2022년 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집단에너지 사업은 사업이 종료되는 대로 관련 자산을 매각하고 기능을 폐지한다. 공공택지조사·도시재생지원·임대차분쟁위 등 9개 기능은 국토부 등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고 국유재산재생·도시개발 등 10개 기능은 진행 중인 사업만 추진하고 신규 사업은 국토부와 협의하는 방식으로 축소한다.
한편 정부는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부동산 투기사범 5,271명을 단속하고 이 중 2,909명을 송치(구속 59명)했고 이 과정에서 1,385억 원을 몰수·추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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