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를 국가 주축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핵심 소재인 광물 확보를 위한 예산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과 탄소 중립을 위해 각국이 자원 확보 전쟁에 열을 올리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2022년 예산안에 책정된 해외 자원 개발 출자 및 융자 예산은 1,011억 원으로 전년보다 25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부 사업별로 보면 한국광물자원공사 출자 예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0원을 기록했다. 유전 개발 사업 출자 예산은 323억 원으로 전년보다 80억 원 줄었다. 그나마 민간 기업 지원을 위한 해외 자원 개발 특별 융자 예산은 668억 원으로 전년보다 339억 원 늘었지만 불확실성이 큰 사업 특성상 자원 개발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 자원 개발 신규 투자에서 민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2015년 20%에서 2016~2018년 5%로 급감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지원으로 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등 국내 자원 공기업의 신규 투자가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자원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은 7억 1,300만 달러에 불과하다. 해외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2011년(70억 3,100만 달러)의 10% 수준이다.
한국의 자원 개발 사업이 퇴보하는 사이 각국은 자원 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해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원 부국인 중국은 3대 국영기업을 동원해 유전 개발을 확대하는 동시에 자산·기업 인수를 위한 차관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자원 개발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투입한 금액은 107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한다. 일본도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 자원 탐사 예산은 2016년 65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60만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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