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날씨만큼이나 주식시장의 불쾌지수가 높다. 지난 6월 25일 장중 3,316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4주 넘게 조정 중이다. 올해 1분기 경제 재개 기대로 올랐던 콘택트(대면) 및 경기민감주들은 올해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해버렸다. 매 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최저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체감은 말이 아니다. 미국 국채금리는 올해 2월 이후 최저 수준인 1.2%대로 밀렸다. 금리만 보면 경기 정상화가 과연 가능한가 싶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니다. 델타 변이의 전염성은 매우 높은 반면 치명률 및 사망률은 일반 독감 수준이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종식이 영원히 도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좌절감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수혜주가 재부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질은 ‘피크’, 즉 정점 우려다.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기업 이익 추정치는 내내 상향됐다. 그러나 하반기 성장률은 상반기보다 높아지기 어렵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 경기 부양책과 재정 적자도 축소되고 있다. 성장률과 실적의 정점, 정책과 부양책의 정점을 지났거나 지날 가능성이 높다. 델타 변이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 다만 피크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런데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플레 압력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주 부정적으로 보자면 스태그플레이션 냄새도 난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우려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시장 흐름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증시에서도 배달 및 재택근무(소프트웨어·e커머스), 포장 식품(COSTCO·BJ 홀세일), 바이오주들이 강했다. 예컨대 미국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와 홈트레이닝의 상징인 펠로톤 주가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게임과 헬스 케어 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언택트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그렇다고 코로나 수혜주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봉쇄 우려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일부 경기 민감주 및 리오프닝 관련주들은 화이자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인 지난해 여름 수준까지 밀렸다.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꺾이고,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현재 콘택트 관련 산업들의 주가 하락은 실제 펀더멘탈보다 과하다.
문제는 주식시장이 싸지 않다는 점이다. 불과 두세 달 전 금융시장은 인플레와 과열을 걱정했다. 이제는 성장 둔화를 우려한다. 주식시장의 변덕이 심하다. 현재 주가가 더 이상 싸지 않다는 방증이다. 아무리 경기 상황이 나쁘고 기업들 실적이 좋지 않아도 주가가 싸면 큰 타격이 없다. 제아무리 밝은 전망이라도 주가가 비싸면 주가는 오르기 어렵다.
현재 국면에서 일정 부분 현금을 확보하는 전략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보다 하반기 반등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하반기 기업들의 기초 여건은 악화하더라도 다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당장 델타 변이가 잠잠해질 조짐과 경기회복이 재개될 것이라는 계기를 찾기 어려울 뿐이다. 경기민감주 또는 리오프닝 관련주들 가운데서 기회를 찾아보는 역발상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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