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층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을 내년에 4조 6,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오는 2023년까지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이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신사업 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등 견제 장치를 마련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포용 금융’을 약속했지만 결국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금융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2023년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계획을 연 단위로 수립해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중저신용자란 신용 등급 4등급 이하(신용 평점 하위 50%)인 이들을 말한다. 금융위는 중·저신용자 차주가 2,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4월 최고 금리 인하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올해 약 200만 명에게 32조 원 규모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금리 상한선은 △은행 6.5% △상호금융 8.5% △카드 11.0% △캐피털 14.0% △저축은행 16.0%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인 2017년에도 중·저신용층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2020년까지 약 25만 명에게 7,240억 원, 출범 이후부터 10년간 3조 6,000억 원이 당시 세웠던 목표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서울보증보험이 100% 보증하는 사잇돌대출을 제외한 중금리 대출 누적 공급액은 3,189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공급한 중금리 대출 1조 3,515억 원 중 사잇돌대출(1조 2,366억 원)을 제외한 금액도 1,149억 원에 그쳤다. 특히 사잇돌대출의 66.4%(8,211억 원)가 1~3등급의 고신용 차주에게 쏠렸다.
중·저신용층 대상 중금리 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지난해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층 신용대출 비중은 12.1%로 은행 평균(24.2%)의 절반에 불과하다.
금융 당국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각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층 신용대출 계획 이행 현황을 공시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신사업 인허가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금융 당국은 실적에 포함되는 대출의 범위를 넓혔다. 당초에는 중·저신용층이면서 금리 상한선을 넘지 않아야 했다. 은행의 금리 상한선 요건은 6.5%다. 쉽게 말해 금리가 6.5%를 넘지 않으면서 차주가 신용 등급 4등급 이하여야 했던 셈이다. 금리 상한선 요건을 뺀 중·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은 모두 실적에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기준 2조 232억 원이었던 대출 규모를 올해 4조 5,702억 원까지 확대한다.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층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단계적으로 높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지난해 10.2%였던 비중을 올해 20.8%, 2023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도 21.4%에서 32%까지 확대한다.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토스뱅크는 2023년 44%를 목표로 잡고 있다.
금융 당국은 또 은행 가계 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시 중·저신용자 공급액은 일부 예외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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