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조에 코로나19를 딛고 살아나던 기업 체감 경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물류비마저 상승하면서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 격차도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全) 산업 업황 BSI는 한 달 전과 동일한 88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75까지 떨어진 뒤 서서히 회복하던 BSI가 오름세를 멈춘 것이다. BSI는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인의 판단과 전망을 조사한 지표로 ‘부정적’ 응답이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체감 경기는 기업 규모에 따라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110으로 지난 2010년 6월(1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중소기업 BSI는 80으로 3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체감 경기 격차는 2003년 1월 통계 편제 이후 18년 4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김대진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대기업은 체계적인 공급망을 갖췄다 보니 수출이 잘되면서 업황이 개선됐다”며 “중소기업은 원가 상승에 원자재 수급마저 차질이 많이 발생했고 운송 부문에서도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제조업 BSI도 96으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자 부품 등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로 금속 가공이 10포인트 오르고 반도체 가격 상승에 전자·영상·통신장비가 5포인트 올랐지만 자동차 공급 부족에 자동차가 5포인트 떨어졌다. 고무·플라스틱도 전방 산업인 자동차 부진에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기업들이 꼽은 경영 애로 사항에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비중이 19.1%로 0.7%포인트 증가했다. 물류난 등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포함된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혀왔던 불확실한 경제 상황은 17.8%로 전월 대비 1.4%포인트 떨어졌다. 내수 부진(11.7%), 수출 부진(8.8%) 등도 거론됐다.
비제조업 BSI는 81로 전월 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광고 수입이나 미디어 콘텐츠 판매 수익이 증가하면서 정보통신업이 9포인트 올랐으나 전문·과학·기술이 9포인트 떨어지고 예술·스포츠·여가가 7포인트 하락한 영향이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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