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3·29 투기 대책’이 발표 하루 만에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부당이득 최대 5배 환수 대상에 공직자뿐 아니라 전 국민이 포함됐다. 아울러 정부가 투기 대상으로 정한 시장 교란 행위가 범위는 넓고 판단 근거는 모호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빅브러더인 ‘부동산거래분석’은 모든 부동산 관련 행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투기 전쟁이 국민을 향하고 있다” “공산국가에서나 할 법한 발상”이라는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30일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잉 규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공직자를 규제하랬더니 시장을 꽉 틀어막는 대책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우선 정부는 4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거래 질서의 심각한 훼손 등 일정한 요건’에 해당될 경우 부당이득액의 3~5배를 환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4대 시장 교란 행위 자체가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4대 교란 행위는 △비공개·내부 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한 투기 행위 △가장 매매, 허위 호가 등 시세 조작 행위 △허위 계약 신고 등 불법 중개, 교란 행위 △불법 전매, 부당 청약 행위 등이다. 공무원, 공공 기관 직원들을 겨냥한 항목은 ‘비공개·내부 정보 활용 투기’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기존 시장 거래를 더욱 엄격히 옥죄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아울러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너무 많다. 정부는 고의성·중대성 등이 인정될 경우 부당이득액에 대해 가중처벌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사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 판단에 따라서는 집값 담합, 허위 계약 신고 등도 5배 환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단순 실거래 신고 지연 등에 따른 과태료도 껑충 뛰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신고를 늦게 하거나 거래 해제 신고를 깜빡해 누락한 경우처럼 단순히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에도 과태료를 대폭 올려 처벌하도록 했다. 거래 해제 미신고의 경우 과태료가 현재 최대 300만 원이지만 앞으로는 3,000만 원으로 10배나 뛴다. 1년 미만 보유 토지 매각 시 양도세율 70% 적용도 전국의 토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과잉 규제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거래분석원’은 부동산 경찰 국가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후속 조처를 발표한 것은 좋은데 이 전쟁이 전 국민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대책 중에는 지나친 개인의 재산권 침해가 우려되는 부분도 상당하다”며 “전 국민을 손바닥 위에 놓고 살펴보겠다는 것은 공산국가에서나 할 법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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