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질라’로 불리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관련 사업을 확대해가던 삼성전자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최강자인 대만 TSMC를 따라잡기도 바쁜 와중에 매머드급의 경쟁자가 등판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인텔의 비전 발표 이후 이에 따른 반도체 시장 영향 등을 다각도에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달성을 목표로 해온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의 참전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다만 단기적으로는 인텔의 시장 진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종선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공장을 새로 짓고 장비를 들여오는 데 5년까지 걸릴 수 있다”면서 “특히 미세 공정에서 삼성이 한 세대 이상 앞서 있기 때문에 당장 삼성에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삼성전자나 TSMC의 첨단 미세 공정 기술이 5나노미터(nm)에 이어 3nm까지 이어지는 데 반해 인텔은 당장 7나노 제품 생산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막강한 자금력을 투입한다 해도 1~2년 내에 삼성과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반도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육성’ 기조를 천명한 후 인텔이 움직였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인텔의 이번 비전 발표가 미국 정부의 중장기적인 지원까지 노린 전략일 경우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의 입지는 점점 더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대만 정부의 밀월 관계가 인텔-TSMC의 전략적 협업 관계로까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비상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TSMC가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인텔이 같은 지역을 선택했다는 것은 인텔과 TSMC의 협력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아울러 삼성을 짓누르고 있는 ‘총수 부재’ 리스크가 향후 삼성의 유연한 대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 반도체 공장 증설 등 투자 현안이 산적하고 정재계를 막론한 고위급 네트워크가 절실한 상황인데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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