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부동산분석원을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부동산감독원이 가동됐다면 LH 투기 같은 신도시 지역의 이상거래 급증 현상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홍 부총리는 “부동산분석원은 감독보다는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교란행위를 추적하며 정보 분석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라면서 “부동산분석원이 하루속히 설치돼야 하는데 늦어지면서 그런 통제 장치에도 소홀함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속도 내는 부동산 빅브라더>
LH 사태 예방책으로 여당과 정부가 이른바 시장에서 ‘부동산 빅 브라더로’ 비판받는 ‘부동산 분석원’ 설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본질은 외면한 채 LH 사태를 이용해 ‘부동산 감독기구’를 만들려는 것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는 애초 지난해 8월 문 대통령이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뒤 여당이 발의한 바 있다. 현 법안상 명칭은 부동산 분석원이다. 부동산 감독 컨트롤 타워로서 부동산 분석원을 별도 조직으로 설치해 시장 교란행위에 대한단속기능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법안은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은 금융시장에 비해 시장의 특수성이나 거래의 복잡성이 크지 않다"며 "또 시장 안정기에는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며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이른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전문위원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며 "개인의 금융·신용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사유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법안이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부동산 감독기구를 요청하면서 여당의 국회 처리가 물살을 탈 전망이다.
<공무원 또 증원하나>
시장에서는 부동산 감독기구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나온다.
윤주선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교수는 "LH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 이후 과연 어느 단계에서 어떤 경로로 투기가 발생하게 되는지, 어느 정도 만연한 것인지, 정보를 이용한다면 그 수법은 어떻게 되는지 등 문제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는가"라며 "이런 기본적인 사태 파악 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전담 기구를 만들면 기구의 역할과 기능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현 단계에서 감독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은 문제를 막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오히려 새로운 조직으로 문제를 떠넘기는 데 불과하다"며 "과거 문제가 터질때마다 '위원회'부터 만들어 놓고 보는 방식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에서 발생한 문제를 또다시 공공기관 설치로 해결하겠다는 접근 방식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다. 대통령 발언 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후보토론회에서 부동산 감독청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당청이 감독기구 설치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윤 교수는 "LH사태로 인해 공공이 민간보다 선하다는 명제가 깨졌는데 오히려 전담 공공기관을 만드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산을 부풀릴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시스템,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