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의심이 되는 공직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위치한 광명시와 시흥시는 10일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발지 토지 거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광명시는 기존 1명 외에 추가로 5명이 신도시 토지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시흥시는 토지 보유자가 8명에 이른다. 투기 여부는 추가 조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소문으로 나돌던 공무원의 개발 예정지 토지 보유가 드러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당 국회의원 및 지자체 의원 등 정치인들의 투기 의혹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조사 지역과 대상을 넓혀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셀프 조사로 진행 중인 1차 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결과는 뻔한 내부 조사 결과 나오나=국무총리실을 주축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조사단은 11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3기 신도시 6곳과 과천, 안산 장상지구 등 8개 택지에서 토지를 보유한 사실이 있는지 전수조사한 뒤 이 중 투기 성격이 있는지를 추려내는 식이다. 국토부 4,509명과 LH 9,839명 등 총 1만 4,348명에 대한 조사 결과가 담길 예정이다. 이어 직원들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 해당 택지 소속 지자체 담당 공무원 등에 대한 2차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 경우 조사 대상자만 10만 명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번 조사가 ‘꼬리 자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합동조사는 국토부가 관리하는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서 택지 내 토지주들과 직원들의 명단을 분석한 후 대상자가 나오면 대면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대단히 낮다. 한 전문가는 “당당한 투자가 아닐수록 ‘진짜 주인’은 깊숙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단순히 토지주와 직원 명단만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조사라고 할 수도 없다”고 혹평했다. 청와대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토지 보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770명 규모에 달하는 매머드급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지만 이 역시 정부의 추가 수사 의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정부 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건수만 집중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의혹 커지는데 조사는 부실…‘꼬리 자르기’ 비판=의혹은 확산하는데 정부 조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다 보니 결국 걸리는 직원이 덤터기를 쓰도록 하는 ‘꼬리 자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발본색원’과는 거리가 먼 조사를 면피용으로 진행하고 소수의 적발된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로 몰고 가려는 것이 그것이다.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진행 중인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에서도 검찰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의 조사 방식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 역시 이어지고 있다. 개발 관련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치인들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점이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다. 또 2차 조사를 통해 조사 대상 수를 늘려도 결국 차명 투자는 밝혀내기 어렵고,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가장 큰 표적으로 삼는 신도시 주변 지역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조사 대상에게 조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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