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최근 흔들리는 한미 공조를 겨냥해 “북한의 도발 행위보다 동맹국과의 불협화음(not closely coordinating with our partners)이 더 우려된다”고 9일(현지 시간) 밝혔다.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통한 대북 추가 제재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평화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경고장’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 설명회에서 “한국·일본을 비롯해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잠재적인 미래 외교를 위한 지속적인 압박 옵션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협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가까운 동맹국으로 한국과 일본을 언급했다. 이 중 일본은 미국의 대북 제재에 적극 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 정부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또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이든 혹은 다른 국제적 도전이든 먼저 미국과 동맹이 정확히 같은 입장(same page)에 있는지를 확실히 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에 있어 한미일 공조 체제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아미 베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도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정책 확정에 앞서 한미일 3국 관계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우려섞인 논평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우리 외교 수장들은 평화 프로세스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9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미일 공조’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접근이라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대화를 통해 국제사회를 비핵화 논의에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정 장관의 인식은 미국 외교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일 정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직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하자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 국무부의 ‘동맹국 간 공조’ 언급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중재, 소통 등 과거의 언어로 미국을 설득하려 한다면 오히려 불협화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튼튼한 안보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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