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는 한 해 농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은행 역시 수백 개 지점에 직원 배치를 하는 인사에 그만큼 신중한데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에 이어 올해는 신한은행이 처음으로 정기 인사에 AI를 도입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AI의 알고리즘을 반영한 결과를 직원 승진에까지 반영해 한 단계 발전한 인사 평가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1년 상반기 정기 인사’에 시중은행 최초로 정량화된 평가 데이터 기반의 AI 승진 추천 모델을 구축했다고 29일 밝혔다. 직원들의 다면 평가, 자격증, 자기 계발, 부서장 추천 등 각 항목별로 가중치를 달리하고 최적화시킨 모델을 딥러닝으로 구현해낸 값이 직원의 승진 여부를 결정하는 데 활용됐다. 학연이나 지연 등의 주관적 요소는 배제한 공정한 평가 모델로 승진 대상자가 정해져 어느 때보다 인사 후 내부 잡음이 적었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AI 기술로 자료를 모델링하고 이를 인사 업무에 활용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인사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인사 운용의 혁신을 위해 신한은행은 다년간 직원의 데이터와 인사 운용 노하우를 축적했다.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해 다양한 분석과 예측 알고리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체 구축한 기술을 활용해 인사 기초 데이터뿐만 아니라 창구별 업무 수행 로그를 분석해 업무 숙련도를 정량화해 처음으로 이번 인사에 적용했다.
인사부와 데이터 유닛, AI 유닛의 유기적 협업도 최적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인사부가 정량화된 인사 데이터를 활용하고 데이터 유닛은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업무 숙련도를 분석했다. AI 유닛은 AI를 활용한 신한은행만의 ‘최적해’ 기법을 통해 영업점 직원 이동 배치 시뮬레이션을 하고 직원 승진 지표를 기반으로 학습 승진 추천 모델을 적용했다.
이렇게 각 지점에 직원을 배치하면서 영업점의 업무 능력도 상향 평준화시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균등한 업무 숙련도의 영업점 직원 배치로 리스크를 경감시켰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체 기술로 인사 시스템을 구현한 만큼 확장이 용이하고 지속적인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점과 커뮤니티 단위의 인력 수요 예측 및 이동 배치 모델을 정교화하고, 정량적 지표의 한계를 넘어 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분석 결과를 도출해나갈 예정이다. 비정형화된 직원 데이터를 분석해 직원의 성향과 유형까지 고려해 적합한 점포나 직무에 배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AI 시스템을 정기 인사에 도입한 KB국민은행은 올해 좀 더 개선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존 팀원급 인사 이동에서 올해는 점포장·PG장 배치에도 활용하는 등 대상이 확대됐다”며 “변수 값을 보완해서 이동 배치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이르면 올해 하반기 정기 인사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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