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e커머스에 의존하던 식품업체들이 자사몰 강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e커머스를 통한 저가 경쟁보다는 자사몰을 통한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가 브랜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사몰 충성고객인 ‘집토끼’ 전략을 통해 e커머스가 아닌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직접 유통이 판매 단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의 공식 온라인몰 CJ더마켓의 경우 지난해 신규 가입자가 100만 이상 늘어 총 회원수가 약 3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주문 건수도 약 200만 건을 달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지난해 주문 건수인 100만 건 대비 약 2배 성장한 수준이다.
자사몰을 통한 구매 단가 역시 e커머스를 통한 구매보다 높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더마켓의 1회 평균 구매단가는 4만원 안팎으로 e커머스를 통한 구매보다 구매단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CJ더마켓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40% 이상 성장한 약 700억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CJ더마켓의 인기 비결은 단순한 식품판매몰을 넘어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와 레시피를 통해 즐거운 식생활을 강조한 식문화 플랫폼으로 승부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CJ제일제당은 기존 제품뿐 아니라 신제품 출시도 CJ더마켓을 통해 공개했다. 또 인공지능(AI) 상담사 챗봇인 조리봇을 도입, 고객 맞춤형 큐레이팅 서비스도 제공하는 등 소비자에게 식료품 구매 이상의 재미를 준 것 역시 주효했다는 평가다.
한국야쿠르트는 오프라인에서 두터운 충성고객층을 기반으로 ‘종합쇼핑몰’ 전략을 꺼내들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말 첫 통합 온라인몰 ‘프레딧’(Fredit)을 출범했다.
프레딧은 유제품, 신선식품, 건강기능식뿐만 아니라 화장품, 리빙, 유아용품 등 친환경 생활용품을 모두 다루는 종합 쇼핑 플랫폼이다. 현재 한국야쿠르트의 모바일 신선마켓 하이프레시 회원은 95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발효유와 유제품을 구독 중인 이용자(150만명)를 더하면 고객 규모는 약 250만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을 프레딧 회원으로 유치하면 자사몰로도 충분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연회비 프리미엄(4만9,900원), 베이직(1만9,900원) 두가지로 운영되는데 프리미엄의 경우 제품 무료체험 2회, 매월 20% 할인쿠폰 4장 등 파격 혜택을 제공한다.
대상의 정원e샵은 자사몰 회원수가 지난해 13만명을 기록, 전년대비 20% 가량 늘었다. 정원e샵의 경우 전체 회원수가 많지 않지만 1년 동안 접속하지 않은 회원은 자동탈퇴로 진성 고객이 높은 몰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롯데제과(280360)는 제과업계 최초로 이르면 이달 중 자사몰을 론칭한다. 과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식료품 중 저가로 e커머스를 통한 구매가 대부분이었지만 자사몰을 통해 스토리를 입힌 제품 중심의 유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의 자사몰 강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체에 e커머스는 매출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신규 회원을 유치하는데는 자사몰이 적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19 대확산 국면이 주춤해지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유통 형태로는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자사몰을 통해 소비자와 1대 1 판매를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고 신규 회원 확보에도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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