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서 쌀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식량 가격은 수요 감소로 줄어드는 가운데 쌀이 공급 차질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 봉쇄령 앞두고 쌀 소비 급증 |
이 같은 상승세는 쌀 소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자들은 쌀과 같은 필수품을 대거 비축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이어진 13주의 기간 동안 쌀 소매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늘었다.
반면 공급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쌀 생산량은 17% 감소한 1억8,470만헌트레드웨이트를 기록했다. 이는 쌀 재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칸소·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텍사스 등에서 지난해 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의 경우 미국의 쌀 생산량이 2억1,620만헌트레드웨이트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동남아 장마철 시작하면 쌀 가격 더 혼란 |
다가오는 동남아시아의 장마철은 7월에 시작해 9월까지 계속되는 만큼 아시아 쌀 가격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태국 수출량의 대부분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나 아프리카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 내 코로나19 확산도 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규모의 쌀을 생산하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조치로 현지 수출업자들이 쌀을 해외로 보내는 데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인도 항구들은 화물 컨테이너가 50~60% 부족하게 되면서 화물 운송비가 32% 인상됐다”면서 “이는 특히 제품을 선적할 컨테이너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인도 쌀 수출업자들에게 타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의 쌀 값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전 세계 쌀 생산량은 지난해를 웃돌 전망이다. 미국 농업부에 따르면 세계 쌀 생산량이 2019년에 비해 1.7% 증가한 5억톤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농업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가격 인상 기조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요 식량 중 쌀, 소고기만 올라 |
품목군별로 보면 곡류, 육류, 유제품, 유지류 가격이 하락하고 설탕 가격은 상승했다. 쌀 가격은 환율 변동과 필리핀·말레이시아의 수요 증가로 올랐으나 밀과 옥수수는 공급 증가로 인해 전체 곡물 가격이 하락했다. 육류는 5개월 연속 하락하며 168.0포인트로 집계됐다.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동아시아 국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수입 수요가 소폭 늘었으나 주요 수출국의 공급량이 풍부해 하락 추세를 보였고, 양고기 가격은 경기 침체와 물류 장애로 중동국가의 수입이 줄면서 소폭 하락했다. 소고기는 브라질과 오세아니아 공급이 감소한 가운데 수입 수요가 늘면서 상승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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