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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 다시짓고, 부재 못구해 애쓴 '만세루' 보물됐다

고창 선운사 천년고찰의 만세루

시대적 요구에 부합해 형태 변화

가공 안 된 자연재가 독창성 이뤄

보물 제2065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 사찰로는 드물게 정면이 9칸인 대규모 건물이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전북 고창군 아산면의 도솔산 북쪽 기슭에 위치한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1,500년의 고찰이다. 고려 공민왕 3(1354)년에는 효정스님이 법당을 중수했고, 조선 성종 5(1474)년에는 행유스님이 10년에 걸친 중창불사를 진행했다. 오랜 역사 만큼 겹겹이 들어선 건물만 189채나 된다. 그러나 1597년 정유재란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됐고 광해군 때 중건 공사가 전개됐다.

‘고창 선운사 만세루’(이하 만세루)는 광해군 12(1620)년에 ‘대양루’로 지어졌다가 화재로 불탔고, 영조 28년인 1752년에 다시 지어졌다. 그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이던 ‘만세루’가 1일 보물 2065호로 지정됐다.

‘만세루’는 사찰 누각으로는 가장 큰 규모인 정면 9칸의 건물이라는 게 큰 특징이다. 현존하는 사찰 누각은 대체로 정면 3칸이고, 5칸이나 7칸 규모도 있지만 9칸 규모는 흔치 않다. 옆면은 2칸이고, 기둥머리를 연결하는 부재가 소 혀 모양을 갖는 익공계 단층건물이며, 맞배지붕으로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다.

보물 제2065호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 내부. /사진제공=문화재청




처음에는 만세루도 중층 누각구조였으나 재건하면서 현재와 같은 단층 건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이는 누각을 불전의 연장 공간으로 꾸미려는 조선후기 사찰공간의 변화 경향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만세루가 보이고, 만세루 뒤쪽을 개방하면 대웅전과 마주 보게 되므로 설법을 위한 강당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원목을 다듬지 않은 채 사용해 단순한 구조와 장엄한 형태를 보이나, 내부공간의 처리는 조형미와 자연미가 공존한다. 9칸 중 가운데 칸 높은 기둥에 있는 대들보의 마지막 보인 ‘종보’는 한쪽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자연재를 이용했는데 이것이 마치 건물 상부에서 보들이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이룬다.

보물로 지정된 ‘고창 선운사 만세루’ 내부의 종보 모습. 다듬어진 재료를 확보하지 못해 두 갈래로 갈라진 자연재를 구해다 사용한 것이 오히려 독창성을 이루게 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만세루의 보물 지정에 대해 문화재청 측은 “고창 선운사 만세루는 조선후기 불교사원의 누각건물이 시대 흐름과 기능에 맞춰 그 구조를 적절하게 변용한 뛰어난 사례”라면서 “구조적으로는 자재 구하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독창성 가득한 건축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역사, 건축, 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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