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원자력을 가장 잘 하는데 정부의 탈원전은 21세기 미스터리입니다.”
최근 ‘아톰 할배들의 원자력 60년 이야기’라는 책을 공저한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20일 “올해가 1959년 원자력연구소 설립 60주년인데 탈원전에 밀려 제대로 기념도 못했다”며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 60년은 신화를 창조한 기록”이라며 “원자력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내놨다. 그러면서 1958년 워커 시슬러 미국 대통령 자문위원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권유했을 때 이 전 대통령이 원전 건설에 20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도 추진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실제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총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우여곡절 끝에 20년이 지나 1978년에 완공됐다. 장 전 원장은 “2,000억원은 당시 우리 정부 1년 예산의 3분의 1 규모”라며 “이렇게 쌓은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려서는 안된다”고 힘줘 말했다.
박현수 전 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세계적으로 원전 붐이 일고 있고 미국조차 원전 건설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우리나라와 손을 잡으려고 한다”고 “세계 최고의 원전 건설기술을 갖고 수출도 하는데 지금 탈원전을 하는 것은 엄청나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광 3,4호기 설계책임을 맡았던 김병구 박사는 “원자로 핵심 설계기술을 국산화해 영광 3,4호기에 패키지로 적용할 때 故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장님이 988억원의 예산으로 국산화의 책임을 저에게 맡기며 바람막이를 해줬다”며 “그 덕분에 연구원들과 같이 열심히 기술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원전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 의외로 국민의 사랑을 못 받는 것은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반핵하는 사람들도 알고 반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재설 전 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전재풍 전 한전 원자력건설처장도 “시중에 반핵 서적이 찬핵 서적보다 몇배 많은데 감정에 호소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며 “원자력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이 매우 부족한데 이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5명의 원전 원로는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12월 27일)을 앞두고 책을 냈다고 소개했다. 이날은 2009년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한 것을 계기로 2010년 제정됐다. 이 책에는 미국에서 원전건설 설계기술을 배우던 당시 뒷이야기, 故 한필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에 관한 회상,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 선정의 어려움, 탈원전 정책의 부당함, 원자력 상식, 원전수출, 기술자립의 뒤안길 등이 담겼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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