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츠 시장은 이제 막 개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리츠가 상장돼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도 현재까지 6개로, 지난 상반기 기준 248개인 미국이나 63개인 일본, 64개인 스페인은 물론 도시국가인 싱가포르(36개)와 비교해도 수가 적다.
그 말인즉, 해외로 눈을 돌리면 더 많은 리츠 투자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해외 리츠들은 상품의 수가 많은 만큼 상품 구조가 제한적인 국내와 달리 다양한 수익구조를 갖춘 점도 매력적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큰 리츠 시장은 장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이다. 미국 리츠 시장의 규모는 지난 상반기 기준 1조3,000억달러(1,516조6,72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규모를 거뜬히 뛰어넘는다. 배당도 안정적이며, 시세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리츠는 배당수익률 5.0%에 해당하는 567억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MSCI 미국 리츠 지수’는 연초 이후 26.5% 상승하는 등 고공 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매달 배당하는 리얼티인컴과 아마존·페덱스·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프롤로지스, IT 기업이 성장하면서 이 기업에 데이터센터를 빌려줘 돈 버는 데이터센터 리츠인 에퀴닉스 등을 추천한다. 또 통신 인프라(섬유망)를 빌려주는 크라운캐슬과 미국 고령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웰타워,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오피스 리츠인 보스턴프로퍼티와 아울렛에 투자하는 리츠인 사이먼프로퍼티 등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하락 기조와 글로벌 대체투자 수요확대가 부동산 간접투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지며 높은 유동성과 다양성을 보유한 미국 리츠의 성과는 시장성과를 웃돌고 있다”며 “특히 성장하는 부동산(데이터센터·통신인프라·헬스케어·물류센터)에 대한 수요는 이제 겨우 초입 단계에 들어섰고, 2020년에도 양호한 흐름이 전망되는 만큼 우량 리츠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도 리츠 시장만큼은 앞서있다. 외려 이미 금융위기를 겪어봤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철저하다는 평가다. 일본 리츠 시가총액은 156조7,510억원 규모로 전체 주식형 리츠 중 상장 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여기에 오피스(41.2%)부터 리테일(16.2%)과 주거(15.1%)는 물론 물류(14.9%)와 호텔(7.7%)까지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보유하고 있어 해외투자자의 관심이 높다. 일본 리츠 시장 투자자는 외국인 비중이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리츠는 지난달 기준 연초 대비 24.1% 상승했다.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도쿄 주요 5구 소재 오피스를 담은 니폰빌딩펀드와 재팬리얼에스테이트인베스트먼트, 다이와오피스인베스트먼트와 50% 이상을 도쿄 지역 내 리테일 매장을 담아 자산의 평균 임대율만 98.6%에 이르는 재팬리테일펀드인베스트먼트 등이 있다.
싱가포르 공모리츠 시장 규모는 77조원 수준이며 대표 상품인 1호 공모 리츠인 ‘캐피탈랜드 몰 트러스트’는 시가총액 8조791억원으로 최대 규모다. 땅이 넓은 호주 역시 센터그룹 같은 리테일 리츠가 강세다.
해외 리츠에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다면 펀드로 눈을 돌려보자. 31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7개 주요 해외 리츠(REITs) 펀드(대표펀드 기준)는 지난 30일 최근 한 달 새 1,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삼성J-REITs부동산1펀드에는 가장 많은 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렸다. 해외 리츠 펀드 중 최대 규모(1760억원)인 이 펀드는 일본의 노무라자산운용 자문을 바탕으로 도쿄증권거래소 TSE 리츠 인덱스의 리츠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또 다른 일본 리츠 펀드인 한화재팬REITs부동산1도 25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고, 미국 리츠 펀드인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부동산ETF(상장지수펀드)도 44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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