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매산업에서 최근 놀라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 대표 소매점인 이마트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장 후 주가가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1993년 서울 창동에 1호점을 개점한 후 지난 27년간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이끌어온 대표 소매점의 시가총액이 편의점 1등주인 CU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기술과 경쟁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첫째 업(業)의 본질이 변했다. 소매업은 매장의 입지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었다. 전국 핵심상권에 143개 입지를 선점한 이마트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모바일 쇼핑이 급성장하고 매년 20% 이상 성장한 이커머스가 전체 소매 매출의 20% 이상을 점유하면서 오프라인의 절대우위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역대급’ 기술의 발전으로 업의 정체성이 변했다.
이제 소매업의 본질은 배달이 됐다. 대인 서비스보다도 IT와 택배서비스가 더 중요한 비대면 서비스로 업의 본질이 변한 것이다. 압도적인 재고 품목 수와 물류센터, 새벽 배송 경쟁력을 갖춘 쿠팡에 유리하게 업의 성격이 변하는 것이다. 쿠팡은 한 달에 2,900원을 구독료로 지불하는 ‘로켓 와우’ 멤버십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6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둘째, 소비자가 변했다. 우리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지난 10년간 우리는 ‘역대급’ 속도로 인구 통계적 변화를 겪고 있다. 가구 구성원의 인적 구성이 급변해 2,000만 한국 가구 중 1~2인 가구의 수가 절반을 넘어섰다.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4인 이상 가족들이 해체되면서 1~2인 가구로 대체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2인 가구 친화적인 편의점과 이커머스는 지속 성장하고 있는 데 비해 3인 이상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대형마트와 오프라인 소매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 냉장고와 주말 쇼핑으로 상징되던 대형마트의 매출이 정체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라이프 스타일이 급변한 데 원인이 있다.
셋째, 업체 간 경쟁에서 업태 간 경쟁으로 경쟁의 양상이 변했다. 소매업의 발전은 ‘저가격’ 과 ‘혁신성’이라는 두 개의 성장 엔진으로 이뤄진다. 지난 27년간 대형마트는 상시 저가격과 백화점 매장수준의 청결한 매장환경을 만들어 전통시장과 전문상가, 백화점을 압도하며 성장했다. 이 같은 경쟁우위 속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경쟁이 국내 유통산업을 성장시켰다. 그러나 2015년 이후 더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품목 수, 더 빠른 배송, 개인별 맞춤 제안이라는 놀라운 ‘혁신성’을 가진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본격 성장하면서 업태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업태 간 경쟁, 비즈니스 모델 사이의 혁신 경쟁이 시작됐다. 한국 소비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한국의 아마존은 누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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