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의 무리한 플랜트 수주로 2010년대 중반 어려움을 겪었던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익성에 기반을 둔 탄탄한 글로벌 중형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위기 속에서 터득한 역량을 기반으로 수주한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들이 실적에 기여하면서 살아나는 모습이다. 과거에는 급격한 매출 증가와 외형 성장을 목표로 했다면 이제는 점진적인 성장을 하면서 시간을 갖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업체로 질적 성장하겠다는 게 삼성엔지니어링의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상반기 2,190억원의 영업이익과 1,7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영업이익 651억원과 순이익 294억원에서 무려 236%, 505% 상승한 수치다. 최대 위기였던 지난 2015년 1조4,543억원의 영업손실과 1조3,04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5년의 대규모 손실 탓에 2016년 1조2,6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또한 겪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상반기 실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질적 변화’를 통해 얻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매출액이 20조~3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을 꿈꿨다. 2010년대 들어오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고 플랜트 수요도 급증했다. 세계적 엔지니어링 업체들에 상대적으로 밀려 있던 국내 업체들에도 일감이 몰려 들어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은 이를 기회로 여기고 무리하게 수주했다. 이는 2010년대 중반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우선 매출 증대보다는 탄탄한 수익성을 추구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삼성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과거 매출 20조원 이상의 거대 기업을 급하게 꿈꿨다면 최근에는 4,000억~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회사로 우선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여기에 만족하자는 뜻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인 성장의 단계를 밟아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철저히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폈다. 단순 도급형 프로젝트는 피하고 설계부터 참여할 수 있는 수익성 높은 곳들 위주로 수주했다. 설계 이후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시공까지 참여하는 식의 계획을 세웠고 철저히 잘 알고 있는 시장에서 주력상품 중심의 수주를 전개했다. 이렇게 2017년부터 수주한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들이 올해부터 실적에 반영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2조9,770억원)은 2010년대 초중반의 기대와는 차이가 있지만 그 결과 연간 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최근의 전략과는 정확히 일치하는 실적을 냈다.
업계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의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지니어링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출이 급증하려면 그만큼 엔지니어들을 급격하게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한국의 설계 인력이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며 “과거 한국 기업들이 플랜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것도 결국 설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확보한 숙련 설계인력이 1,000명 수준인데 1만명이 필요한 규모로 수주를 했고 숙련 인력과 급히 뽑은 신입 인력을 섞어 투입하다 보니 공기가 길어지고 손실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앞으로 신입 설계인력을 꾸준히 채용하되 안정적으로 경험을 늘려갈 수 있도록 질적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로 점진적으로 커 나간다는 계획대로 회사가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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