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부사장)가 직원들에게 “자동차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고 수익을 늘려 미래에 대비하지 못하면 기아차(000270)도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전했다. 올해 임금 협상을 빨리 매듭지어 판매에 매진해야 한다는 당부다. 이번 담화문은 지난해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1인당 약 1,900만원의 실질 임금이 대거 인상된 것을 노조가 인식하고 서둘러 경쟁력 확대에 동참하라는 압박으로도 읽힌다.
최 대표는 15일 사내 담화문을 통해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들이 우리 주변에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며 “판매부진에 대응하지 못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들이 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희망퇴직을 실시 중이고 하반기에도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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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최 대표는 “우리도 경쟁력이 악화되고 미래 대비에 소홀하면 똑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한국과 일본의 외교·경제적 문제까지 겹쳐 수출환경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내수시장도 정부가 개소세 인하를 연장하고 노후차량 교체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며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크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기아차의 현재를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아차는 영업이익률이 계속 하락해 지난해는 매출 1,000원으로 겨우 20원의 수익을 냈다”며 “내부경쟁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차량 부품이 40% 감소한다는 미래차 시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도 한순간에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업계 1위인 도요타의 구조조정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320조원의 매출과 25조원의 영업이익에도 도요타가 임금까지 삭감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무엇보다 매년 파업과 생산중단이라는 사태를 겪는 대립적 노사관계를 올해는 지양하자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통상임금 해결 과정에서 회사는 수천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고 새로운 임금체계로 예전 임금 인상 수준보다 임금이 이미 더 많이 상승된 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상생의 지혜로 여름휴가 전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고 판매확대에 매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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