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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8,590원] "동결 기대했는데 물거품… 직원 더 줄여야하나 고민"

■ 허탈한 中企·자영업자

소상공인연합회, 릴레이 규탄대회 예고

12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사장이 최저임금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권욱기자




“최저임금 인상률이 3% 미만이면 뭐합니까. 지난 2년 사이에 2,000원 가까이 올라버렸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마진율이 쪼그라들어 직원을 더 줄여야 할지 고민이 큽니다.”

12일 오후2시께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 식당. 한쪽 벽에 걸린 TV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2.9% 인상된 데 따른 업계 반응이 쉴 새 없이 보도되고 있었다. 카운터에 앉아 뉴스를 지켜보던 이영석(가명) 사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소감을 묻자 가슴속에 담아뒀던 불만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지난 10여년간 4명을 고용하던 이 사장은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자 인원을 한 명 줄였다. 이런 가운데 식재료 비용까지 올라 마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메뉴 가격을 500~1,000원 정도씩 올리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전년 대비 마진율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일단 올해까지는 버텨보겠지만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으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0년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되며 ‘속도 조절’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작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에서 거듭 주장해오던 ‘최저임금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이나 ‘최저임금 동결·삭감’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정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충남 천안에서 13년째 화장품 가맹점을 운영하면서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하고 있는 전택선(가명)씨는 올가을부터는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더 줄여야 할지 고민이다. 전씨는 이미 지난해 5명이었던 직원을 3명으로 줄였다. 전씨는 “임대료는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인건비를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저임금을 낮추지는 않더라도 동결을 기대했는데 허튼 기대였던 것 같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중소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비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동결이 현실화하지 않아 ‘인건비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건축용 자재를 개발하는 A사의 민상원(가명) 대표는 “이미 공단 현장에서는 높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는 곳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며 “저희 역시 내년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인데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의 의견을 정부에서 수용하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경제단체들도 하나같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했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업종별·규모별 구분적용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당장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고시 월환산액 삭제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선 소상공인연합회 산하 지역·업종단체에서 ‘릴레이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어 오는 8월 말에는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8월에도 ‘최저임금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대정부 압박에 나섰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2~3년 전처럼 최저임금이 6,000원대였던 시절에는 최저임금이 2~3% 인상돼도 소액만 늘어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3%만 올려도 200원 넘게 최저임금이 늘어난다”며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등 근본적인 대안책을 묵살한 정부를 향해 소상공인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우일·허세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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