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주력 사업 경쟁력 부진으로 수출이 급감하며서 지난 5월 상품수지 흑자가 5년 4개월만에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악화되면서 정부 목표인 경상흑자 600억달러 달성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이 4일 발표한 ‘2019년 5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 5월 경상수지는 4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4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뒤 한달만에 흑자로 복귀한 것이다. 4월에는 수출감소와 외국인들의 배당 수요 등 악재가 겹치면서 2012년 4월 이후 7년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었다.
5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은 외국인 배당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고 서비스 수지 적자 폭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상수지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수지는 53억9,000만달러 흑자에 그쳐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흑자) 이후 최저수준에 머물렀다. 수출(480억3,000만 달러)이 전년대비 10.8%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교역량이 부진한데다 반도체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출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2%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6.2%) 이후 최대폭 감소다. 반도체 침체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악영향을 미쳐 수입도 전년대비 1% 줄었다.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감소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지난 2017년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앞두고 급감했던 중국인 입국자 수가 회복되면서 여행수지를 포함하는 서비스수지 적자는 9억달러에 그쳐 2년 5개월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중국인 입국자수는 50만명을 기록해 2년 3개월만에 처음으로 50만명대로 복귀했다.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는 155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41억7,000만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한은 전망치(245억달러)에 미달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목표치로 제시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605억달러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여전한데다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하반기 회복을 기대했던 반도체 경기 침체도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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