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을 이유로 서울시가 재건축 인허가를 미루는 사이 아파트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노후 아파트의 경우 잦은 단전, 녹물 등으로 주민 불편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낡은 전기 설비와 보일러 시설 등이 도심의 안전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2일 여의도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회에 따르면 1971년 준공해 약 50년이 되어가는 여의도 시범의 경우 낡은 설비로 인해 연간 약 6,000건의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약 3,000건의 수리를 했다. 월 평균 500건에 달하는 수치다.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총 24동, 1,578가구로 구성된 것을 고려할 때, 반년 동안 한 가구당 약 두 번은 수리를 한 셈이다.
특히 유지보수 건수 중 약 50%가 전기 관련 사항이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준공 당시 설치한 구식 전기 설비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13개 동 지하에 변전소가 설치돼 있으며 바로 옆에 온수 탱크가 설치돼 있는 구조로 서울시로부터 안전을 고려한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권고까지 받았다.
이제형 여의도시범아파트 정비사업위원장은 “재건축이 아니고서는 부분 수리가 불가한 구조”라며 “사고라도 날 경우 시범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인근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주민들의 재건축 요구는 투기 목적이 아닌 생존권의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러한 현장 민원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시의회 도시계획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있는 강동구 천호대로변과 자재창고 등으로 도시 미관을 저해한다는 민원이 잦은 고덕동 동남로 일대, 뉴타운 해제지역으로 낙후도가 심각한 신길1구역과 더불어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현장 시찰하기도 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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