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페이판’이 시중은행 앱의 아성을 넘보며 카드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플랫폼 중심 회사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신한카드의 구상이다. 결제시장에서 모바일 간편결제 비중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페이판을 통해 신한카드 고객이 간편결제나 금융서비스 등을 이용한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총 8,25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3% 급증했다. 이중 간편결제 취급액이 7,1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페이판은 신한카드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간편결제는 물론 대출·자동차할부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최근 ‘초(超)개인화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면서 월 이용액 1조원도 곧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의 실시간 위치에 맞게 다양한 할인 혜택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올해 5월 말 전면 실시됐다. 특히 페이판이 깔린 스마트폰을 가맹점 단말기에 갖다 대면 바로 결제가 되는 ‘터치결제’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취급액 50억원을 달성했다. 신한카드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혜택을 월 단위 또는 일 단위로 제안했지만 초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하루 중에서도 상황에 따라 맞춤 혜택이 바뀔 수 있게 됐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나 상권 등 지역 특성도 마케팅 및 서비스에 실시간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호평이 잇따르면서 최근에는 페이판 가입자 수도 1,100만명을 돌파했다. 카드 발급 기준으로 신한카드의 총 회원 수가 2,100만여명에 달하는데 절반 이상이 모바일 앱에도 가입해 있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단순 가입자 수뿐만 아니라 실질 사용 빈도 역시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월간 순 방문자 수(MAU)는 6월 기준 380만명을 기록하며 400만~500만명 수준인 시중은행 앱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모바일 분석 서비스업체 앱에이프가 발표한 ‘모바일 시장 백서 2018’에 따르면 금융 앱 MAU 순위에서 페이판은 개별 신용카드사 앱 가운데 유일하게 10위 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신한카드가 모바일 플랫폼에 공을 들이는 것은 간편결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액은 80조여원으로 전년 대비 30조원가량 늘었다. 결제 시장에서 페이의 입지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추세인 만큼 플랫폼사로의 전환에 사활을 걸겠다는 것이 신한카드의 각오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계가 페이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사이 카드사는 기존의 플라스틱 결제 방식에 안주해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하지만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결제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오히려 플랫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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