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LG 등에 뒤진 애플이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인텔의 모뎀사업 인수를 추진해 자체 5G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14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독일에 위치한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 부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곳의 전신은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의 모뎀 사업부로 지난 2011년 인텔에 매각됐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아이폰에 모뎀 칩을 제공한 적이 있어 애플 하드웨어에도 정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수가 완료되면 인텔의 모뎀 칩 인력 수백 명이 애플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이 올 초부터 자체 모뎀 칩 개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기존에 애플 공급용으로 모뎀 칩을 개발하던 인텔의 사업부 일부를 흡수하면서 분산돼 있던 개발 자원을 통합하게 되는 셈이다. 애초 인텔의 5G 모뎀 칩 개발이 무산된 것은 올 4월 애플과 퀄컴의 모뎀 칩 로열티 분쟁이 극적인 합의로 마무리됐기 때문이었다. 애플이 급하게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위해 일단 퀄컴과의 관계를 봉합하기는 했지만 자체 모뎀 칩 개발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5G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005930)는 애플에 역전을 허용할까 긴장하고 있다. 과거 모바일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GPU 개발자산(IP)을 라이선스 받아 사용하던 애플은 ‘아이폰 8’ 시리즈부터 자체 설계한 GPU를 탑재했다. 이후 아이폰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GPU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인텔에서 지지부진했던 모뎀 칩 기술도 급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12일 5G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통합 칩 출시 계획을 밝혔다. 현재 분리돼 있는 두 부품이 통합되면 면적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력 효율이나 성능이 개선된다. 자체 모뎀 칩이 없던 애플은 그동안 모뎀 칩과 AP를 분리해 탑재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으로는 애플도 자체 개발한 모뎀 칩을 자사 AP ‘A 시리즈’에 통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 전체 설계가 효율화되면서 기존에도 모뎀 통합 칩을 썼던 삼성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개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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