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반도체 가격 하락, 경기 둔화 등이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고 은행과 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2일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변동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지표 중 하나인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올해 -0.2~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위원은 대내외 수요 부진과 유가 상승, 반도체 가격 하락 등 악재가 겹치는 최악의 시나리오 하에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0.2%로 도출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지난 2006년(-0.1%)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2015∼2017년 평균 2.2%에서 2018년 0.3%로 급락하는 추세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 마이너스는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KDI가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을 2.4%로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명목성장률(실질성장률+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은 2.2%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다. 정 위원은 “올해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낮게 유지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며 “채무상환 부담 확대, 세수 증가세 둔화 등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우리 경제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물가지수다. 주요 품목의 가격 동향을 직접 조사해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나 생산자물가지수와 달리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산출된다. 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나타낸다는 것은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보다 장점이지만 전체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만큼 체감물가와의 괴리 정도는 더 클 수 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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