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기채권과 단기채권 금리가 역전된 데 이어 우리나라의 장단기채권 금리차(差)도 10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역전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경기침체(Recession)의 전조로 받아들여진다. 장단기 금리차는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의 핵심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25일 10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1.89%, 3년 만기 국고채금리는 1.77%에 마감했다. 두 국고채의 금리차(10년물-3년물)는 0.12%포인트로 2008년 8월14일(0.12%포인트) 이후 가장 많이 좁혀졌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내 경기 불안감에 휩싸인 채권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장기채권 매입에 나서면서 장기채 금리는 떨어진 반면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해 단기금리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장중 3개월물 국채금리(2.453%)보다 낮은 2.428%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보다 낮은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R포비아’는 아시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92%, 코스닥지수는 2.25% 떨어졌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금리역전과 주요국 제조업 업황 부진 소식으로 전날 대비 3.01%(650.23포인트) 폭락한 2만977.11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들어 최대 낙폭이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일 대비 2% 이상,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7% 하락했다. 장기국채 수익률도 줄줄이 하락했다. 연초 2.3%를 기록했던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사상 최저치인 1.757%까지 떨어졌고 뉴질랜드 10년물도 역대 최저인 1.901%로 하락했다. 일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장중 -0.095%로 2년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앞서 22일(현지시간)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한국은 품목과 수출 다변화를 통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능현·김영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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