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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커지는 '미세먼지 추경'] 요건되지만 경기부양 등 '+α' 이견…합의 난항 불가피

■미세먼지 추경 쟁점은

野 "재해대책 예비비만으로 충분…마스크 예산 등 줄여도 돼"

與, 민생개혁안 협상카드 줄고 올 추경재원 줄어 '셈법 복잡'

홍영표(왼쪽 두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미세먼지 이외의 내용도 포함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시 추가경정예산을 긴급 편성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와 국회에서 추경 논의가 본격화됐다. 여야가 미세먼지를 재난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요건’을 갖추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까지 추경 범위를 넓히는 부분에는 이견이 커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현행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태풍·홍수·지진·가뭄·폭염·황사 등 17가지 자연현상만 규정돼 있어서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 등의 중대 변화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할 지출이 생기는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다. 단 국회가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키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관리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미세먼지 추경’이 편성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추경 범위와 규모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재해대책 예비비가 1조8,000억원이 있고 일반 예비비(1조2,000억원)까지 합치면 3조원 규모여서 미세먼지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실제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마스크 지급, 노인정 등 공공시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예산은 대규모로 필요하지는 않다. 아울러 올해 예산에 중장기 효과를 기대하는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5,403억원)를 포함해 학교 공기정화장치 보급(620억원), 도시숲 조성(400억원) 등 미세먼지 대응 용도로 1조9,000억원이 편성돼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환경부 요청대로 5,000억원만 필요하다면 목적 예비비로도 가능하나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 대책을 만든다면 여러 방안이 추경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경기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규모를 확대해 일자리와 경기부양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미세먼지 예산과 함께 (일자리 예산 등) 다른 부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이뤄지는 추경이라는 점에서 여당도 부담은 있다.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민생 개혁 입법 처리 과정에서 협상 카드가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기 처방을 위한 재정 확장 정책은 현 경제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추경을 하더라도) 경기활성화가 목표라면 재정승수가 높은 곳에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선 예비비 집행을 통한 긴급지원 후 부족한 부분에 한해 추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위한 추경이 아닌지 의구심도 제기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현재 허용된 재정적 범위 내에서 미세먼지 대응책을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며 “미세먼지 사태를 빌미로 추경에 나서고 이를 통해 얻은 국민혈세로 재정 퍼주기를 함으로써 내년 총선 사전 표몰이에 나서려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재원 마련도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올해 추경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이 거의 없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계잉여금 중 일반회계인 10조7,000억원을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자금 출연, 채무상환이라는 절차를 거친 뒤 추경에 투입할 수 있는데 지방교부세로 정산해야 할 금액만 10조5,886억원으로 추산된다. 빚을 내 추경을 했을 때 ‘반짝 효과’ 보다 부메랑을 우려하는 분석도 많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확장재정이라고 매년 추경을 하고 있는 데 결국 예산을 제대로 짜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성장률 하락과 부동산 경기악화로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자 국채 발행은 무조건 악영향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유일하게 기대한 것이 남북경협인데 삐끗하게 되면서 미세먼지를 핑계로 추경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성장률 제고 효과를 기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황정원·안현덕·정순구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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