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 전반에 걸쳐 지점(점포) 축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금융권 채용 역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증권사 하면 떠오르는 지점 프라이빗뱅커(PB) 대신 본사에서 근무하며 상품 개발 또는 IT·디지털 관련 업무에 적합한 인재들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증권사 입성을 노리는 예비 ‘증권맨’이라면 눈여겨 봐야 할 트렌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증권사 55개의 국내 지점 수는 979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0년 1,790개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결국 지난해 1,000개 선 아래로 떨어졌다. 증권사별로 보면 미래에셋대우가 136개로 유일하게 100개 이상의 국내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KB증권(97개), 신한금융투자(92개), 한국투자증권(78개), NH투자증권(76개), 유안타증권(67개) 등 대부분의 지점 수가 100개 이하다. 삼성증권은 51개에 그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폰 등장 이후에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대세가 되면서 이 같은 변화를 더욱 빠르게 했다. 지점 운영에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증권사는 온라인 고객에게 각종 수수료 혜택을 주면서 비대면 채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대신 본부 조직은 강화하고 있다. 2010년 말 1,838개였던 증권사 본부 부서 수는 지난해 말 2,019개로 181개(9.8%) 늘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증가세가 두드러져 2015년 말 1,779개에서 지난해 말까지 3년 새 240개(13.5%)나 늘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본사 인력 채용이 아직 영업 등 지점 인력을 추월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 때 각 증권사의 모집 분야에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하반기 채용 분야는 본사 근무로는 투자은행(IB), 투자전략, 리서치, 디지털 금융, IT 등이었고, 지점 근무 분야는 자산관리(WM)와 상담 직에 그쳤다. 채용 인원은 지점이 본사보다 많지만, 분야의 수는 본사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선호도가 높아지는 직군은 IT 계열이다. 지난달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한 교보증권의 경우 IT 지원직(5급)과 본사 및 지점 지원직(6급) 두 직군에 대한 모집만 있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각 증권사가 동영상을 자체 제작하고, 보고서를 떠나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려는 분위기가 퍼지다 보니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뽑을 때 IT 경력이나 경험 소유자를 찾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각 증권사는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조직 개편을 비롯한 전사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2월 스마트사업부를 디지털본부로 확대하고 방송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를 위한 데이터 발굴 및 분석을 시작했다. 올해 핀테크 기반의 온라인 및 모바일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점 위주로 진행했던 기존 자산관리서비스를 온라인 기반의 자기주도형 투자자들을 위한 디지털 자산관리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6년 디지털금융을 별도 부문으로 독립시키고 빅데이터 전담조직을 증권사 최초로 신설했다. 또 이듬해에는 국내 증권사로는 최초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파격적인 ‘지분 스왑’을 통해 금융과 IT의 새로운 결합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되던 조직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략총괄’을 신설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맺고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발행어음 판매에 돌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지주 차원에서 디지털 혁신 TF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KB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전사 디지털화 가속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디지털 환경변화 대응 차원에서 디지털사업본부 내에 애자일(Agile) 조직체계를 구현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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