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우리나라의 제조업 1인당 노동생산성이 연 7.0%에서 연 2.8%로 증가세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노동생산성은 조사대상인 41개국 평균 3.5%는 물론 중국(8.6%)·일본(4.1%)·독일(4.0%)·프랑스(2.9%) 등보다 낮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제조업 단위노동비용도 같은 기간 연 0.8%에서 연 2.2%로 증가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 비영리 민간조사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 자료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41개국의 제조업 대상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2~2009년 연 3.4% 증가하고, 2010년~2017년 연 3.5% 올라 금융위기 전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2~2009년 연 7.0%가 늘어 중국·폴란드·슬로바키아·루마니아에 이어 5번째로 높았지만, 2010~2017년 연 2.8%로 28번째에 그쳤다. 한경연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생산성 상승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을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비용인 제조업 단위노동비용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감소세인 세계적 추세와 달리 늘고 있다.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제조업 경쟁력 측정지표로,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면 적은 노동비용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간다. 41개국의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2002~2009년 연평균 6.0% 늘었지만 2010년~2017년 연평균 -1.7% 감소했다.
그러나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같은 기간 연 0.8% 증가에서 연 2.2% 증가로 늘었다. 금융위기 이후 단위노동비용이 한국보다 빨리 증가한 나라는 중국·인도뿐이다. 그만큼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2009년 대비 2017년 1인당 노동생산성은 중국이 93.1%, 싱가포르 71.7%, 대만 38.7%, 일본 38.1% 증가해 한국(24.4%)을 크게 앞질렀다. 또 같은 기간 단위노동비용은 중국 39.1%, 한국 19.3%, 대만 1.5%, 싱가포르 -16.0%, 일본 -33.4%로, 중국과 한국은 단위노동비용이 대폭 상승한 반면 일본·싱가포르 등은 크게 낮아졌다.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우리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며 “국내에서 유연 근로 시간제 개편, 최저임금 인상 등 중요한 경제이슈를 다룰 때 생산성과 경쟁력 논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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