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기술 아이템이 없다면 중소기업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기술이 있더라도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여러 고비가 있기 마련이니,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면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역량강화 사업’을 검토해보라고 추천합니다.”
1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하영식(57·사진) 에너젠 대표는 평소에 교류가 있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을 만날 때마다 기술사업화 제도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가 언급한 기술사업화 제도는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 기술사업화 진단을 통해 사업화 유망기술 보유기업을 선발하고 해당 기업이 △사업화 기획 △시장검증 △시장친화형 기능개선 등 자체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에너젠은 이 제도를 활용해 내진기능을 갖는 디젤 엔진형 발전기를 시장에 선보이고 매출까지 끌어올린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 대표가 2011년 설립한 에너젠은 설립 4년 차였을 당시 진동과 매연이 발생하는 기존 디젤 엔진형 비상발전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내진기능을 추가한 비상발전기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따냈다. 그러나 시장의 벽을 뚫기 위해서는 내진 기능을 어디까지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테스트가 필수적이었다.
기술이 있어도 사업화가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하 대표는 지역의 중소기업 경영인 모임에서 우연히 기술사업화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 대표는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에 곧바로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가 담긴 홈페이지를 찾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에너젠은 기술사업화 업무를 맡고 있는 팀에서 사업제안서를 준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고 끝내 중진공을 통해 발전기 성능테스트를 위해 총 3,6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이 지원금은 지난 2017년 9월~11월 사이에 부산대학교 지진방재연구센터에서 실시한 내진기능 국제 공인 시험에 사용됐다. 이 과정을 거친 에너젠의 신형 비상발전기는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지정되는 등 시장의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 대표는 “특허 기술을 묵히지 않고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제도의) 장점이지만 테스트를 바탕으로 제품 성능을 개선하는 등의 성과도 거둘 수 있었다”며 “궁극적으로는 관련 제품뿐 아니라 회사 전체 매출도 함께 올라가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기술사업화 지원금을 받은 이후 에너젠은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60억6,5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이듬해 78억1,200만원으로 33%나 껑충 뛰어올랐다. 이 같은 매출 신장은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돼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한 내진기능 보유 비상발전기가 이끌었다는 것이 에너젠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 비상발전기 수주실적은 10억4,800만원으로 전체 수주금액의 13.8%를 차지했다. 하 대표는 “현재 시장진입 단계에 있는 내진기능 보유 디젤엔진형 비상 발전기는 앞으로 더욱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제품의 수주와 매출금액은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원하는 기업들에게는 기술개발 초기부터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가 이어질 수 있는 고리를 잘 찾아내어 선명하게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진공은 이달 28일까지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역량강화사업에 지원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정부 R&D 과제를 성공했다고 판정받았거나 특허등록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가운데 사업화 성과가 없는 기업이다. 이영철 중진공 진단기술처장은 “지난해 경쟁률은 7.24대1로 중소벤처기업 R&D 평균 경쟁률인 3.2대1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54개 중소벤처기업을 선발해 혁신기술이 사업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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