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전 세계 주요 증시가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전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증가한 데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 관련 거시적 변화가 가져온 영향이 가장 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지난 하반기의 급격한 조정과 올해 초의 급격한 회복을 통해 주식 시장의 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차분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크레디트스위스홀트는 매주 실제 상장 주식의 예측 현금 흐름과 주가를 같은 값으로 만들어주는 실제 주식 할인율을 산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했을 때 거둘 수 있는 기대 이익률로 주식 시장 밸류에이션 레벨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의 실제 주식 할인율은 과거 5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낮은 하위 10%에 속했다.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이 과거 주식시장에 비해 비쌌다. 지난해 말처럼 주요2개국(G2) 간의 무역전쟁 같은 부정적 뉴스가 주식시장에 급격한 조정을 일으킨 촉매제가 됐던 것이다.
관심을 갖고 지켜볼 거시 지표의 변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실제 할인율, 즉 주식과 채권 간 기대이익률 차이다. 미국 증시의 실제 할인율은 4% 초반이다. 이는 미국 시장의 실제 채권 수익률에 100bp 정도의 주식 투자 리스크 프리미엄을 더한 수치와 비슷하다. 채권과 주식의 기대 이익률이 같은 구간에 접어들면 싸기만 한 주식들은 좋은 투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주식 할인율이 채권 할인율보다 높아 주식이 무조건 채권보다 더 선호되는 투자처였던 현상이 해소되는 국면에 이른 것이다.
둘째, 현물 경기를 보여주는 거시경제 사이클과 주식 밸류에이션의 상관관계다. 지난 2011년 이전까지 거시경제 사이클과 주식시장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졌다. 실물 경제가 좋아지면 주가도 올라 PER이 높아지는 현상이 2011년 이전까지는 관찰됐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이런 동조화 현상은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채권 이자율로 증시 강세장이 이어지면서 사라졌다. 지난 5년간 전 세계 주식시장 PER은 거시경제 사이클과 무관하게 계속 상승했다. 채권과 주식 투자자의 기대 이익률 차이가 과거에 보이던 정상 범위에 들어오면서 거시경제 사이클과 주식 밸류에이션이 정상적인 상관관계로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결국 어닝 모멘텀이 좋아지지 않고 비싸기만 했던 주식들은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마지막으로 팩터별 주가 수익률 변화도 흥미롭다.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을 기준으로 볼 때 사이즈, 밸류에이션, 모멘텀 팩터 등 거의 모든 팩터들이 분기, 반기 연간 기준 모두 주식시장에서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지난 한 달을 기준으로 보면 모든 팩터들이 다시 시장수익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장이 지난해 말에 조정을 거친 후 정상적으로 팩터들이 작동하는 시장으로 접어든 것이다. 종합해 보면 지난 4·4분기에 시작된 주가 조정은 1월 들어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시장 투자 전략은 달라진 접근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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