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고공행진을 펼치던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급락하면서 조선과 항공, 정유와 석유화학 등 관련 업종의 주가가 엇갈렸다.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지목되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코스피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042660)(-6.86%), 현대중공업(009540)(-2.92%), 삼성중공업(010140)(-2.41%) 등 조선주가 크게 내렸다. 최근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던 상승 흐름이 이번 유가 급락으로 꺾인 것이다.
유가 급락은 해양플랜트 업황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주에 부정적이다. 낮아진 가격 탓에 원유 생산업체들이 유전 개발에 소극적이 되면 해양플랜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국내 조선 빅3는 최근 몇 년간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원 측은 최근 “LNG 물동량보다 선박 숫자가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며 LNG 업황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조선업종이 최근 대표적인 실적 개선주로 꼽히고 또 다른 핵심 사업인 방위산업 부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를 늘려가고 있어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대한항공(003490)(2.42%), 아시아나항공(020560)(1.32%), 제주항공(089590)(4.85%) 등 항공주는 웃었다. 연료비(항공유)가 절감돼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경우 분기당 항공유 소모량을 고려하면 이번 유가 하락으로 1,000억원 이상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급감했던 중국인 입국자 수가 내년에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인의 인접국가 여행 선호 현상, 베이징 제2공항 개항 등으로 내년부터 중국인 입국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 정유주와 석유화학주도 정반대로 움직였다. 정유주인 S-OIL은 유가 하락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로 이날 -0.94% 하락한 반면 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는 LG화학(051910)(3.68%), 롯데케미칼(011170)(4.84%), 한화케미칼(009830)(2.74%) 등 석유화학주는 뛰었다.
증권업계는 유가 급락이 정유주의 펀더멘털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정유업체들은 화학 부문의 이익이 줄어든 반면 정유 이익은 늘었다”며 “올 들어 정유업체들이 호실적을 거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견고한 수준을 유지한 정제 마진도 정유 부문 이익을 증가시킨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석유화학은 유가 급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과 미중 무역분쟁 해소 국면 돌입으로 화학제품 수요 회복이라는 겹호재를 맞았다. 유가가 떨어지면 화학제품의 원가가 낮아져 실적에 긍정적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석유화학 업종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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