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이 보장성보험의 새 강자로 올라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주력해왔는데 농협생명이 두각을 보인 것이다. 농협생명은 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를 받아온 온라인 채널도 확대하는 등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농협생명의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1조8,490억원으로 생보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대형 생명보험회사들과도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24개 생보사가 보장성보험에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총 6,484억원이었는데 이 중 농협생명이 1,581억원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1,000억원 고지를 돌파했다. ‘빅3’로 분류되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은 각각 789억원, 794억원, 916억원에 머물렀다.
농협생명이 이처럼 보장성보험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 것은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서기봉 사장은 지난해 ‘균형전략 5대5’를 핵심 목표로 ‘지방 고객 대 대도시 고객’ ‘농·축협 채널 대 신채널’과 함께 ‘저축성보험 대 보장성보험’를 제시했다. 실제 2017년인 임기 첫해부터 저축성보험에 치중됐던 판매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생활비 받는 NH암보험’ 등 신상품을 의욕적으로 출시했다. 그 결과 보장성보험 매출 비율은 2013년 13%가량에서 올해에는 약 56%까지 높아졌다. 약점이던 온라인 채널에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진입해 선방하고 있다. 지난해 말 NH농협금융의 모바일 앱 ‘올원뱅크’에 보험계약대출을 포함시킨 데 이어 암·실손·연금보험 상품도 잇따라 출시하는 등 비대면 채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서 사장이 과거 NH농협은행 부행장 시절 모바일플랫폼사업을 총괄했던 경험을 십분 살린 데 따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업인안전보험과 같이 농협생명 특유의 보험상품이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농업인NH안전보험’은 성별과 나이·건강상태에 관계없이 보험료가 모두 동일한 정책보험 상품이다.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가입 가능하다. 정부에서 보험료의 50%를, 지자체와 농축협에서도 보험료를 지원해 실제 농업인의 부담률은 20% 전후다. 가입자는 2015년 77만6,360명을 기록한 후 2016년, 2017년은 감소 흐름을 보였지만 2018년 11월 현재 8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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