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구조소재로 가장 각광을 받아온 것은 철강소재다. 플라스틱을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그 유해성이 드러나면서 철강소재는 대체 불가능한 친환경적 구조소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포스코나 현대제철과 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의 뛰어난 국제 경쟁력으로 우수한 소재를 공급하면서 수많은 국내의 건설·조선·자동차·기계 분야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중견 철강업체들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소·중견 철강업체는 대기업에서 제공받은 원소재를 가공해 다른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중간소재를 제조하는데 중간소재의 품질과 성능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종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다. 따라서 중소·중견 철강업체의 기술경쟁력 확보는 단순한 철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현재 중국의 생산량 증가로 인한 철강 과잉공급,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절벽으로 인한 부도사태는 물론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로 인한 삼중고에 시달리는 철강 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인 국내 철강 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포항철강공단의 경우 지난 5월 기준으로 348개 공장 중 12%인 43개가 휴·폐업 또는 가동 중단이라고 한다. 이는 일자리 감소는 물론 포항시의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사회에 대한 대비는 불가능해지고 우수한 인적 자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다행인 점은 아직 국내 대기업·대학·연구소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는 철강연구개발을 지속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이러한 연구개발이 중소·중견 철강업체로 연결될 수 있는 안정적인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산학연 주체들이 체계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내 중소·중견 철강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선도형 철강소재 개발 및 자원순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개발된 제품에 대한 실증용 인프라 구축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 역시 절실하다. 대기업과 대학·연구소가 중소·중견기업을 서포트할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은 국민의 풍요로운 미래를 향해 국내 철강 산업이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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