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00억원의 회사 인수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는 코딩교육용 로봇 제조사 ‘럭스로보’도 창업 후 3년이 지난 뒤 자금난 때문에 사실상 사업을 접을 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받은 초기 창업자금을 금세 소진하면서 직원에게 10만원의 월급밖에 못 주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점점 추진하는 사업마다 실패가 반복되고 사실상 ‘공짜 노동’에 직원들은 지쳐갔다”면서 “돈이 없으니 모두가 포기하고 그만두자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오 대표가 직원을 설득해 마지막으로 추진한 프로젝트인 코딩 로봇 모듈 ‘모디’가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면서 카카오나 한화 등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고 덕분에 데스밸리를 어렵사리 빠져나왔다.
정보기술(IT)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김철수(가명) 대표는 “창업 후 5~7년이 지나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생산설비 확충이나 판로 확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자금수요가 이전과는 다르게 급증한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벤처투자 시장 구조에서 창업 후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적기에 유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시중의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제때 돌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초기 창업지원과 중기·후기 창업기업 지원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모험자본이 특정 시기가 아닌 단계별로 꾸준히 들어와 벤처투자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종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초기 단계 기업에 대해서만 창업투자회사나 모태펀드의 자본이 집중돼 이후 단계에서 성장이 이뤄져야 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모험자본이 초기 창업 단계, 데스밸리 단계 이후에도 벤처기업에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균형감을 갖고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우·지민구·심우일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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