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금융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전체 이익의 30%를 넘어섰다. 자동차 구입 방식이 할부나 리스로 바뀐 것이 이유다. 차가 안 팔려 비용이 늘어 수익성이 악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의 존재감이 한층 더 커지면서 계열 분리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의 올해 상반기 금융부문은 영업이익은 4,390억원으로 전체 영업익(1조4,166억원)의 31%를 차지했다. 금융부문 영업익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금융부문의 매출액(8조1,672억원) 비중이 전체 매출액(66조5,276억원) 대비 12.3%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부문의 수익성은 매우 양호한 편이다.
반면 차량 부문 매출액(54조8,813억원)은 전체 매출액의 82.5%를 차지했지만 영업익(8,5089억원) 비중은 60.1%에 머물렀다. 현대차의 사업부문은 차량 부문과 금융부문, 기타 부문(철도 제작 등)으로 구성된다.
금융부문의 존재감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5년과 2016년 전체 영업익 대비 비중은 14.8%에서 2017년 19.7%로 급등했고 올해는 30% 벽을 넘어섰다. 매출 비중도 2015년 9.9%에서 2016년 10.8%, 2017년 19.7%에서 올해 상반기는 12.3%를 기록 중이다.
금융 부문 중에서는 자동차 할부금융과 리스 수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캐피탈의 수익 1조6,322억원 중 리스수익(4,959억원)과 할부금융(2,523억원) 비중은 45.8%로 가장 컸다. 현대차 미국 금융법인(HCA)은 자동차 할부 금융 및 오토리스금융, 딜러 금융이 전체 수익의 49.7%나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시장은 신차 구매자 85%가 할부 금융을 이용한다.
차량 부문 업황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차량 부문 매출액은 2016년 83%에서 지난해 82%, 올해 반기는 82.5%로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73.1%에서 지난해 71%, 올해 반기 60.1%로 줄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출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차량 판매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프로모션 비용을 늘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부문 비중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 내에서 금융부문에 대한 계열 분리 역시 힘들 것이란 해석이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은 모두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현대캐피탈 부문장의 남편 정태영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애초 현대차그룹 내 금융사는 정명이 부문장 쪽으로 가르마를 탈 것이란 해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와 할부 금융을 떼놓을 수 없다는 점, 금융부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다는 점에서 별도 계열 분리는 불가능해 보인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안정적 승계가 완료되고 나면 금융부문에 대한 교통정리도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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