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악의 폭염에 자동차 이용이 급증하면서 보험사 손해율에도 비상이 걸렸다. 본격 휴가 행렬과 함께 통상 여름철에는 장마·홍수·태풍 등 자연재해로 자동차손해율이 상승하지만 올해는 재난 수준의 폭염이 더해지면서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전년보다 4%포인트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 보험료 인하 경쟁에 실적 부진을 겪는 보험사들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손해율이 더 치솟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KB손해보험·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주요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6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전년 동기보다 일제히 2∼4%포인트 상승했다. 현대해상·KB손해보험·삼성화재의 경우 지난해 6월 모두 70% 중후반대를 기록했는데 올해 6월에는 손해율이 80%를 웃돌았다. 폭염 시작 때인 6월께 손해율인 점을 고려하면 절정에 이른 7∼8월께 손해율은 더 급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예기치 못한 자동차 고장이 늘면서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를 찾는 고객도 늘었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6∼7월 27만9,963건의 긴급출동 서비스 건수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지난해와 견줬을 때 통상 여름철인 6∼8월 약 45만건에 이르는 긴급출동 서비스가 이뤄지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10% 이상 서비스 건수가 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 역시 지난해보다 약 8% 더 늘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삼성화재 자동차 보험 가입자 186만명이 낸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온도가 섭씨1도 오를 때마다 교통사고가 1.2%씩 늘어났다. 예를 들어 낮 최고기온이 23도인 날에는 하루 평균 6,958건이던 교통사고가 30도인 날에는 7,540건, 36도일 때는 8,077건 등으로 치솟았다.
이 같은 폭염 변수에 손해보험사들의 주판알 굴리기도 더욱 분주해졌다. 손해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난해부터 보험료 인하 경쟁으로 실적 악화를 경험한 보험사들이 폭염 후폭풍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1곳 손보사의 올해 1·4분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6%로 전년 동기(78.2%)보다 4.4%포인트 올랐다. 올 1·4분기 누적 손해율을 보면 DB손보가 85.4%, KB손보가 84.4%, 삼성화재가 81.4%, 현대해상 80.4%로 모두 80%대를 넘어섰다. 통상 적정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78% 안팎인데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가 이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라는 말이다.
수익이 고꾸라지면서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과 소비자의 반발 등으로 인해 결단까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향후 자동차 정비요금의 상향 조정과 폭염 변수 등과 맞물려 보험료 인상이 단행될 개연성은 커졌다”며 “그러나 이미 내렸던 보험료를 다시금 인상한다는 데에서 오는 반발 등으로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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