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에 태어난 신세대)가 명품업계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콧대 높던 명품 뷰티 브랜드는 ‘영(Young) 라인’을 출시하며 젊은 층 잡기에 나섰고 명품 패션업계는 100만~200만원대 엔트리 모델이 불티나게 팔리며 20~30% 고성장을 기록 중이다.
◇명품 뷰티업계, 밀레니얼을 잡아라=디올은 베스트셀러인 ‘미스 디올 블루밍 향수’를 젊은 세대에 맞춰 4만원대로 낮춘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롤러펄’을 출시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를 유지해 연령대가 높은 여성들이 선호했던 디올은 앞서 2030 고객층을 겨냥한 ‘라이프 스킨 케어’ 라인도 선보였다. 아울러 매장도 스킨케어와 색조를 따로 나눠 운영 중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1층은 스킨케어, 지하 1층은 색조 전문 ‘디올 백스테이지’ 로 구성했다.
샤넬도 125㎖ 대용량 ‘레조 드 샤넬’ 향수를 18만 9,000원이라는 유례없는 가격으로 선보이며 젊은 층 잡기에 혈안이다. 샤넬은 또 ‘레 베쥬 헬시 글로우 젤 터치 파운데이션’을 상대적으로 낮은 7만원 대에 내놓았다. SK2 역시 베스트셀러인 트리트먼트에센스 ‘피테라 에센스(9만 6,000원·75㎖)’를 최근 9만 9,000원 짜리 ‘피테라 풀라인 세트(피테라 에센스 75㎖ 포함 4종 세트)’로 가격을 확 낮춰 출시했다.
특히 젊은 층이 명품 색조 브랜드로 몰리면서 이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7월 1~23일 기초 화장품 판매량이 6.7% 증가한 반면 색조화장품은 전년 보다 16.7% 늘었다. 같은 기간 색조 화장품 연령대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대, 30대 비중은 각각 20.5%, 19.7%에 달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은 오는 31일 압구정본점에 ‘지방시뷰티’ 국내 1호점을 오픈하는 데 이어 다음달 신촌점에 2호점을 연다. 롯데백화점은 하반기 ‘디올 백스테이지’ 처럼 명품 화장품과 협업한 다양한 색조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천현숙 롯데백화점 화장품 치프 바이어는 “젊은 세대가 워낙 ‘나’의 가치를 중시하다 보니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고 있어 명품업계가 한 단계 성장할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엔트리가 바뀐다=상반기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명품 기준으로 중저가인 100만~200만원 대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으로 승부했던 명품 브랜드들이 눈높이를 밀레니얼에 맞추며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통 50만~100만원 사이 가격대의 경우 10~20대, 100만원대 이상은 20~30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과거 엔트리 모델이 지갑, 슈즈, 액세서리 등 소형 잡화였다면 최근에는 어글리슈즈가 그 자리를 메우며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올 봄·여름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PVC 소재의 패션 가방과 향수도 엔트리 품목에 추가됐다. 기존에 향수가 없던 루이비통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향사를 영입해 향수를 강화하면서 색다른 엔트리 제품을 통해 젊은 층을 끌어 들이고 있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장은 “PVC 가방은 가격대가 낮기 때문에 좋은 가격으로 명품 브랜드를 소유할 수 있어 젊은 층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이재유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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