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플랫폼 확산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향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우선 인공지능(AI) 기반의 음성인식 기술을 내세워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구글은 1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기아차 ‘비트360’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사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안드로이드 오토’의 국내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개념으로 운송 수단인 자동차 내부에서도 PC 또는 스마트폰처럼 검색하거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애플리케이션(앱) 형태로 출시됐는데 차량 내 화면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에는 구글의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담겨 길 안내(내비게이션), 음악 재생, 메시지 송·수신, 통화 등의 기능을 음성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다. 구글이 2015년 내놓은 안드로이드 오토가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지원하는 것은 한국어가 처음이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현대·기아자동차 전 차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쉐보레의 일부 차량에서도 안드로이드 오토가 적용됐다. 특히 내비게이션 기능은 카카오(035720)의 ‘카카오내비’를 탑재해 구현했다. 안드로이드가 전 세계적으로 내비게이션으로 ‘구글 지도’ 외의 앱과 연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구글이 지도 반출 문제를 이유로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원 서비스는 멜론, 벅스, 지니뮤직 등이 연동된다. 로렌스 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리드 프로덕트 매니저는 “내부적으로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판단해 다른 나라보다 더 일찍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에 앞서 나온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은 네이버의 ‘어웨이’와 애플의 ‘카플레이’가 있다. 전반적인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네이버 어웨이는 기존 거치형 내비게이션과 유사한 전용 기기 형태로 지난해 8월 출시됐고 앞으로 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애플 카플레이는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플랫폼으로 운영체제(OS) ‘iOS’ 특유의 깔끔한 사용자경험(UX)과 사용자환경(UI)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외 ICT 기업이 앞다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겨냥한 것이다. ICT 업계는 운전자가 차량을 직접 몰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에 도입되면 탑승자가 더 적극적으로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찾고 콘텐츠를 즐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2,700억달러(약 304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까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최대한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은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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