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를 연구·개발 중인 국내 A 기업은 최근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과 관련해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정부가 오프라벨을 ‘선(先) 사용 후(後) 승인’으로 변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주주들이 A사를 수혜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A사가 개발 중인 항암제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어 오프라벨 처방과 큰 관련이 없었다. 오프라벨 정책이 발표되는 날에도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A사처럼 최근 시장에서는 오프라벨과 관련해 특정 회사가 수혜주다, 아니다 등 갑론을박이 제기됐다. 오프라벨의 오해에서 비롯된 해프닝인 셈이다.
28일 보건복지부 측은 “오프라벨은 판매 허가를 받고 보험 등재가 된 항암제에 한해서만 해당된다”고 말했다. 오는 6월부터 항암제를 오프라벨로 먼저 투여한 뒤 나중에 정부 승인받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도 이미 판매 허가를 받은 약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앞서 오프라벨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용도 외의 목적으로 의약품을 처방하는 행위를 뜻한다. 원래 의약품은 허가받은 적응증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치료제가 없는 말기 암 환자 등에 한해서는 예외로 두고 다른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치료제를 의료진이 판단해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환자들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오프라벨 처방을 받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전승인을 받아야만 오프라벨로 투여받을 수 있고 의료진들이 부작용 발생 우려, 법적 책임 논란 등의 이유로 오프라벨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에서 오프라벨 처방 확대에 나섰다. 지난 26일 복지부는 선 사용 후 승인 외에 여러 병원이 함께 구성·운영하는 ‘공용 다학제적위원회’를 이용하고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서 승인받은 오프라벨 처방의 경우 심평원에 신고만 하면 사용하도록 했다.
이같은 정책 변화를 놓고 바이오 주식 시장에서의 기대감과는 별도로 환자들 사이에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사후승인 제도 역시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약을 쓰다가도 중단해야 한다”, “불이익이 있을지 몰라 병원에서 약을 안 주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오프라벨 이슈는 부작용의 위험성과 환자의 생명 등이 다 걸려 있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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