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지질영양주사제(영양수액)인 ‘스모프리피드’는 전격성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균이 급증했다. 또 지름 5~40마이크로미터(㎛, 1㎛는 0.001㎜) 이상의 지방 덩어리가 생겨나 폐의 작은 모세혈관을 막는 지방색전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 최근호에 따르면 오 교수팀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의 연쇄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을 스모프리피드에 넣어 배양하는 실험을 했다. 사망한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이 균에 오염된 스모프리피드를 맞고 패혈증으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다.
시트로박터균은 아미노산·포도당·생리식염수 등 다른 주사액에서도 잘 자랐지만 스모프리피드에서 가장 급격하게 증식했다. 다른 균에 비해서도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에서 유독 빨리 증식했다. 시트로박터균 1개 군집을 스모프리피드에 넣고 24시간이 되자 그 수가 ㎖당 100만 균총형성단위(CFU·살아서 번식 가능한 미생물의 수)로 증가했다. 증가속도는 병원 감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보다 빨랐다.
연구팀은 “지질주사제의 영양분은 박테리아가 성장하는 데 이상적인 환경”이라며 “100㎖ 용량의 주사액을 신생아 투여 용량인 20㎖ 단위로 나누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됐다면 전격성 패혈증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시트로박터균에 오염된 스모프리피드 주사액은 24시간이 지나자 직경 20~40㎛의 지방 덩어리가 상당수 관찰됐다. 연구팀은 “직경이 5㎛ 이상으로 커지면 폐의 작은 모세혈관을 막아 지방색전증을 일으켜 사망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신생아 부검 결과 폐 혈관에 지방 축적이 관찰되지 않아 지방색전증을 사망원인에서 제외했다.
오 교수는 “균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결국 패혈증과 폐색전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스모프리피드 의약품 설명서에 ‘조산아 사망위험’ 경고 문구를 넣고 투여·준비과정상 주의사항을 매우 자세히 기술하도록 했다”면서 “우리나라의 의약품 설명서에도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직 사망위험에 대한 경고 문구를 넣지 않고 있다. 그는 이어 “주사제를 맞다가 환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환자안전 시스템을 점검,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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