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은 ‘김정은·도널드 트럼프’ 간 뜨거운 설전의 한 해였다. 아시아의 최빈국 북한이 세계 최강국 미국과 맞대결한 셈이다. 그런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한국을 출구로 삼아 외부세계로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이해당사국이 동상이몽으로 접근했지만 모두의 승리로 귀결됐다. 김정은은 한국 및 미국과의 대화 계기를 마련했다. 트럼프도 북한과의 대화 무드 반전은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운전대’를 잡고 남북 및 미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외교적 성과를 거양했다.
그러나 북미 간 기싸움은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대북 강경파인 마이클 폼페이오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전격 기용하고 곧이어 초강경파인 존 볼턴을 미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 임명했다. 김정은은 깜짝 중국 방문을 통해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복원함으로써 배수진을 쳤다. 핵미사일을 등에 짊어진 슈퍼 스트롱맨 김정은과 대북 초강경파 참모진을 포진시킨 트럼프가 본격적인 치킨게임에 돌입한 셈이다.
그러면 김정은이 구사할 수 있는 ‘북조선책략’은 없는가. 첫째로 ‘연(聯) 중러’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넘나들며 능수능란한 양다리 외교를 펼친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전쟁 및 미러 간 정보전을 북중러 3국 동맹의 복원 기회로 활용한다. 미국의 무조건적 비핵화 압력에 대해 중국의 쌍중단·쌍궤병행과 러시아의 3단계 북핵 해법으로 맞불작전을 유도한다. 중국과는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협조하고 러시아에는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데 적극 나서게 한다.
둘째로 ‘결(結) 한국’이다. 한민족의 생존과 번영은 ‘우리 민족끼리’ 성취해야 할 공동선이다.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확인한 남북한 간 동포애를 계속 살려나간다.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운전대’를 함께 붙잡고 민족자결주의를 표방한다. 평양→평창→평화의 ‘3평 실크로드맵’을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이어간다.
셋째로 ‘친(親) 미일’이다. 미국을 주적으로 표기한 문서들을 전면 수정한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래 임계치에 이른 미국의 대북 불신감을 서둘러 불식시킨다. 최종적으로 북미 간 ‘비핵화 대 체제 보장’이라는 보따리를 불가역적인 방식(CVID·CVIG)으로 합의한다. 이와 함께 북미 및 북일 수교를 추진하고 6자회담국의 보장을 획득한다. 북조선의 ‘결(結) 한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통일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연(聯) 중러’와 ‘친(親) 미일’에 의해 비로소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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