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상장한 새내기 공모주들이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장일 ‘반짝’ 급등한 뒤 차익 매물이 쏟아지며 종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밀리는 흐름이 반복됐다. 공모주 시장이 박스권 장세 장기화와 대형 기업공개(IPO) 매물 부재, 연속 상장에 따른 수급 분산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모습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에 입성한 그래피 시초가는 공모가(1만 5000원)보다 23% 낮은 1만 1600원에 형성됐고 종가 역시 공모가에서 25% 하락한 1만 1260원을 기록했다. ‘첫날 급등 후 하락’조차 없이 상장 당일 공모가를 밑돈 것이다. 3차원(3D) 프린팅 투명 교정 장치 제조 업체인 그래피는 상장 전부터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모두 부진해 공모가가 희망 밴드 하단(1만 7000원)보다 낮은 1만 5000원에 확정된 만큼 부진한 흐름이 예견됐다.
이달에 앞서 상장한 종목들도 ‘잭팟’을 터뜨리지 못했다. 아이티켐·제이피아이헬스케어 등은 상장일 시초가가 급등한 뒤 시간이 지나며 상승 폭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용 경량 소재 부품 기업 한라캐스트는 시초가가 공모가(5800원)보다 35% 높았지만 당일 상승분을 거의 반납한 뒤 약세가 지속되며 이날 종가는 5070원으로 공모가 대비 13% 하락했다.
방산·조선 등 인기 업종 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18일 상장한 무기 및 총포탄 제조 기업인 삼양컴텍은 방산 업종 기대감에 힘입어 첫날 시초가가 108% 급등했고 장중 고가는 132% 올랐다. 하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이날 종가 기준 상승률은 100%로 축소됐다. 조선 해양 기자재 업체인 에스엔시스의 경우 19일 상장 첫날 70% 급등했으나 바로 다음 날 12% 급락했고 이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31% 상승에 그쳤다.
그나마 14일 상장한 의약품 개발 기업 지투지바이오 정도가 공모가(5만 8000원) 대비 이날 주가가 137% 오른 13만 8500원으로 마감하며 선방했을 뿐이다.
시장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만 연속으로 상장주가 몰리며 수급 부담이 가중된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 같은 양상은 지난해 10~11월에도 확인됐다. 3주간 12개 종목이 연속으로 상장하면서 수급이 분산된 까닭에 웨이비스(10월 25일)와 토모큐브(11월 7일)는 상장일 장중 고점을 찍은 뒤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며 각각 -27%, -37%로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대어급’ IPO가 사실상 없어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월에는 에스투더블유(10~11일), 명인제약(18~19일) 청약이 예정돼 있는데 줄줄이 부진했던 흐름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부터 제도 개선이 시행되면서 수요예측의 흥행을 위해 발행사 역시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장 전반의 위축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 당국이 지난달부터 시행한 ‘의무보유확약 우선 배정제’도 변수다. 단타 매매를 억제하려는 취지지만 기관의 부담을 높여 오히려 IPO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새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하반기에는 시장 참여자들이 적응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종목별 성과가 뚜렷하게 갈리는 양극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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