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가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의 지난해 실적에서는 빅2의 선전이 돋보였다. MBK와 한앤컴퍼니가 이끄는 기업들은 영업익이 40% 가까이 급증했지만 다른 PE들이 보유한 기업들의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운용하는 PE의 규모보다 인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수 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PE가 최대주주인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니 잘되는 곳만 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MBK가 최대주주인 ING생명이 대표적이다. ING생명의 지난해 영업익은 4,50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9% 늘었다. 당기순익도 3,402억원으로 41.3% 급증했다. 코웨이는 영업익(4,727억원) 39.5%, 당기순익(3,256억원)이 33.8% 개선됐다. 두 회사의 지난해 실적은 MBK가 ING생명을 인수한 2013년, 코웨이를 매입한 2015년 이후 최고다.
한앤컴퍼니 사단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조업체 한온시스템은 매출이 2% 정도 줄었지만 영업익(4,684억원)은 10.8% 급증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미국과 중국에서 고전한 것을 고려하면 양호한 편이다. 쌍용양회도 영업익이 68억원(-2.6%) 줄었다고 하나 순익은 계열사 매각차익 및 대한시멘트 매각 전 현금배당 이익 등이 더해지며 72%(3,012억원) 급증했다.
빅2를 제외한 다른 PE가 보유한 업체들은 고전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대성엘텍은 영업익(20억6,314만원)이 72.9% 줄었다. 순익도 40억원 적자였다. 스틱이 최대주주가 된 2013년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다. 다만 스틱이 최대주주인 유비케어는 매출(820억원)이 20.2%, 영업익(75억원)이 18.4% 늘기도 했다.
IMM PE의 태림포장은 영업이익이 63% 줄고 당기순손실이 지속됐다. 대한전선도 순손실이 약 300억원 확대됐다.
PE는 기업을 사들여 4~5년 정도 경영개선 작업을 하고 되팔아 수익을 낸다. 실적이 개선되면 배당이라는 보너스도 받는다. ING생명은 지난해 주당 2,400원을 배당해 시가 배당률 4.4%로 국내 상장 금융사의 평균 배당수익률(2.3%)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넘치는 유동성에 PE들이 경쟁적으로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사들인 기업이 제대로 실적을 못 내는 경우가 늘었다. PE가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높인 곳도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추가 성장이 어려워지면서 새 주인을 찾는 데 애를 먹는다. 대형 PE 관계자는 “인수자가 없으면 배당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는 있다”고 설명하지만 정해진 펀드 만기 때문에 기간 내에 매각해야 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보유매물을 매각하더라도 유망한 다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점 또한 성장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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